아이스하키 때도 그랬고 여자농구 때도 그랬다. 단일팀 구성 초반의 가장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다. 통역이 필요없는, 같은 말을 쓰는 한 민족이지만 세부 용어에 들어가면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포츠 용어의 경우 외래어, 외국어를 많이 쓰는데 북한은 우리말을 고집한다.

농구에서 경기 중 사용하는 용어는 대부분 영어다. 경기 중 순간순간 소리치면서 소통해야 하는데 용어가 다르면 이해하고 움직이는데 시간이 걸린다. 코너는 구석, 패스는 연락이다. ‘코너로 패스해’는 ‘구석으로 연락해’가 돼야 빨리 통한다.

단일팀 의사소통을 위해 북측 선수들은 밤마다 ‘농구용어 시험’을 봤다고 한다. 정성심 북측 코치가 북측의 로숙영, 장미경, 김혜연을 대상으로 ‘스크린’, ‘컷인’ 등 농구에서 쓰이는 영어 단어와 뜻을 맞히는 시험을 봤다. 성적이 낮으면 혼도 났다고 한다.

의사소통의 문제는 단일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자 역도 69㎏급에서 오강철이 금메달을 땄을 때다. 오강철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백번 싸우면 백번 승리하는 기질을 타고 났습니다. 의악한 훈련을 하면 모든 선수들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의악한’이었다. 분명 ‘의악한’이라고 얘기한 것 같은데 한국 기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열악한 조건에서 훈련한다는 뜻은 분명 아닌 것 같았다. 다들 우왕좌왕했다. 문맥상 강한 훈련이라는 뜻일 텐데 명확하지 않았다.

여자 농구 단일팀이 4강전에서 대만을 이겼을 때다. 로숙영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박지수와 함께 뛴 소감에 대해 “박지수와 아주 잘 맞고 저도 슨슴이 생깁니다”라고 말했다. 역시 문제는 ‘슨슴’이었다. 평양냉면 맛을 말할 때 ‘슴슴하다’라고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닐 터였다.

머리를 맞대고 검색을 한 끝에 답을 찾았다. 의악이 아니라 이악. ‘이악하다’는 건 북한어로 ‘악착스럽다’, ‘강인하다’는 뜻이었다. ‘슨슴’은 ‘신심’이었다. 북한어로 ‘확신심’이라고 하는데, ‘굳게 믿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더 자주 만나면, 더 많이 알아가게 된다. 아직은 낯선 부분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