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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 작가가 쓴 아빠 간병기···‘우파 아버지를 부탁해’

메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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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에세이와 영화·애니메이션 시나리오까지 멀티 장르를 소화하는 탄탄한 필력을 지닌 작가가 자신의 부친을 간병하며 겪은 일과 투병을 지켜 보며 떠오른 단상을 엮은 책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지은이 김봄 펴낸 곳 메디치)가 출간됐다.

서막에 해당하는 1부 ‘각자의 온도’에서는 낙양의 지가를 올렸던 저자의 베스트셀러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와 관련이 된 후일담을 포함한 이야기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1부에 압권은 ‘그 여자는 화가 난다’로 어린 시절에 안타까운 사건으로 청력을 잃은 비극적인 실화를 명랑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쾌한 문체로 풀어낸 스토리가 기이한 매력을 준다. 예열 과정의 이야기들을 거친 후에 독자는 죽음고 맞서는 힘든 싸움으로 인도된다.

2부 ‘어떤 기나긴 외출’에서는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 이어진다. 이 책의 본질은 제목에 살짝 비춰진 ‘정치 갈등’ 보다는 선진국(OECD국가) 대한민국에서 국가와 사회가 맡아야 할 노인, 환자, 요양 관련 복지를 온전하게 가족의 희생과 헌신에 맡겨 버린 의료 현실에 대한 체험이다. 그 내용은 노인 요양 의료 체계에 대한 답답함과 가족의 중심적 존재인 아빠가 사라지는 소멸에 대한 눈물이 뒤엉킨 희비극이다. 어떤 상황은 너무 막막하고 비극적이라 독자에게 공포감까지 준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로 작가와 가족들의 기발한 캐릭터(?)와 웃픈 상황들이 펼쳐지며 미소와 폭소 그리고 감동이 휙 던지기도 한다. ‘유병장수 막걸리’에서의 아버지의 러브레터 낭독은 그 현장 분위기를 상상하면 웃음과 오그라듬 그리고 감동이 뒤엉킨 기이한 감성을 준다. ‘지독한 사랑’에서는 “엄마꺼 하나 떠 줘”라는 문장 하나로 독자에게 큰 감동과 함께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유하게 한다.

책의 큰 줄기는 ‘요양보호사’, ‘문재인 케어’, ‘자기결정권’, ‘환자의 계급’ 등 숨막히게 옥죄어 오는 ‘환자 가족’으로 경험하는 고통과 고민들이다. 작가가 급박하고 끔찍했을 개인적 경험을 솔직하고 차분하게 풀어낸 아버지가 병환으로 종합병원의 응급실에서 입원실을 거쳐 요양병원과 요양원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독자에게 긴장과 고통 그리고 안타까움을 공유하게 한다.

3부 ‘당신의 생에 관심이 있다’는 1부와 2부 융합처럼 저자의 좌파 고양이 아담의 말년과 국립과 사설 요양 기관의 차이 등 이야기를 아우르다 가족이 가장 단단하고 따스한 존재임을 확인하게 해 주는 표제 에세이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로 따스하게 마무리를 하는데 문득 김수영의 시 ‘나의 가족’ 마지막 구절 ‘거칠기 짝이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가 떠오르게 하는 맺음이다. 이후 ‘에필로그’와 ‘감사의 말’을 통해 이 책의 주인공인 아버지가 지닌 특이한 삶의 이력과 출간 직전까지의 간병 상황까지 독자의 궁금증을 친절하게 풀어주고 있다.

이 에세이집의 놀라운 점은 가족이 위독한 힘든 상황과 직면하면서도 저자가 인류애적인 시각을 지니고 자신을 한 없이 섭섭하게 했을 요양보호사들의 복지와 급료 문제,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낳은 요양과 치료체계 등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 제목이 지닌 정치적 함의가 다시 빛을 발한다. 정치인 홍준표를 사나이중의 사나이(부산 사나이)로 여기며 평생 보수 우익 정당에게 투표를 했을 아버지는 진보 진영의 투쟁으로 일궈낸 사회복지가 가져다 준 ‘민주당 케어’ 조력을 그래도 조금이나마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이하고 부조리(?)한 상황에서도 작가는 분노의 감정에 치우치기 보다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동력으로 삼아 우리나라 간병과 요양 의료체계 속에 스며든 냉혹한 자본주의를 담담하게 고발한다.

하지만 무거운 담론들 사이로 명랑한 이야기들이 훅처럼 들어온다는 점이 책 읽기에서 우리가 바라는 엔터테인먼트적 재미도 충분히 채워준다. 작가와 제자들이 소통 부재(?)로 갈등을 겪는 이야기가 신흥종교 포교 소동으로 마무리가 되는 ‘낮선 사람들’ 등 ‘주작’으로까지 의심이 될 정도로 기발한 사건들이 방심하면 ‘쨘’하고 튀어나오고 일상의 활동을 전한 글 사이에 배우 이화란이 카메오 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또, 3주로 한정이 된 다른 모든 환자들 사이에서 무려 6개월을 입원하고 있는 ‘병원 특권층’에 대한 차분한 설명은 그 어떤 정치적 격문보다 우리 마음을 분노하게 한다.

작가 김봄은 이 책에 대해 “이 책은 부탁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넓게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아버지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헌신적인 간호는 독자들에게 ‘김봄 에세이’라는 이 책의 다소 딱딱한 부제를 새로 지어주고 싶어질 것 같다. ‘효녀 김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