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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의 감정선 진해지면 그게 에로…열린 시선 필요해

에로물 연출 복귀 선언한 봉만대 감독

19금 영화 아이콘인 봉만대 감독이 2일 스포츠경향 창간 19주년을 맞아 가진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19금 영화 아이콘인 봉만대 감독이 2일 스포츠경향 창간 19주년을 맞아 가진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아티스트 봉만대’ 이후
10년만에 ‘재취업’
왜 뜸했냐고요?
수요 있어야 공급도 있죠

IMF 시대 호황기였던
에로물 시장 이야기 준비
모두가 좋아하는 소재로
에로티시즘 담고싶어

‘에로티시즘의 아이콘’ 봉만대 감독이 다시 돌아온다. 2015년 ‘아티스트 봉만대’ 이후 딱딱한 시대 반응에 에로물 연출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제는 다시 작가적으로 구상할 수 있는 새로운 시기가 열렸다고 느꼈다. 그래서 ‘재취업’을 선언한다.

“저의 창작 활동이 뜸하다고들 하는데 정확히 딱 10년이 되어가긴 합니다. 당시 은퇴를 말했을 땐 나름의 울분도 있었고 선언적 태도가 필요했거든요. 지금은 그래도 많이 열린 시대이고 남성의 마초적 에로티시즘을 다룬 작품들은 밀어내거나 사라지는 상황이니까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성과 여성이 서로 사랑하는 과정에선 양보하고 즐기는 유희 본능이 있어야 하잖아요? 제 모든 작품에선 여성이 주인공이기도 했고요. 여성 인권이 올라오다 ‘미투 운동’ 이후 남성적 시선의 멜로나 에로물이 절름발이가 되는 과정이 있었는데, 전 그런 홍역은 당연히 있었어야 한다고 봐요. 다만 요즘은 검열의 시대이기도 해서, 에로티시즘을 다루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들 말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만들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이 그동안 에로물을 만들어온 건 아닌가라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만드는 이들의 관점 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봉만대 감독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창간 19주년 기념’ 콘셉트인 ‘19금’에 대한 여러 생각을 들려줬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배우 꿈나무를 키우는 소소한 근황부터 재취업 후 보여줄 차기작 계획까지, ‘아티스트’ 봉만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에로물 그동안 안 만든 이유? 수요가 없는데 공급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근 10년간 여러 일에 도전해왔다.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담을 인정받는가 하면 지난해부터 ‘배우잇슈’라는 채널을 개설해 배우 지망생들에게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영상을 올려 알리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배우잇슈’를 하면서 조·단역들의 힘든 삶과 연기적 갈망을 체감하고 있어요. 지난 1년간 시즌1을 마무리했고, 시즌2에선 ‘학생잇슈’로 연기하고 싶은 학생들을 담고 있죠. 지금 20학번 친구들이 코로나19세대라서 돌아보니 학교에서 3년간 배운 게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이젠 졸업하고 필드에 나가야 하는데, 여의치 않아 대부분 휴학을 했고요. 그 친구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볼 수 있어서 시작한 아름다운 프로젝트예요. 더불어 저도 많이 배우고 있고요.”

유튜브를 이어가며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다시금 에로티시즘 콘텐츠 제작, 연출을 하고픈 꿈이 생긴 것도, 은퇴할 당시 기형적인 시장성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다.

“그동안 왜 안 만드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시장이 없어서였죠. 소비되지 않고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만들 이유가 있었을까요? 사실 멜로에서 더 진한 감정선으로 가는 게 에로인데, 멜로 소비도 많이 적어졌잖아요? 거기서 더 감정이 격해지는 걸 누가 보겠느냐고요. 특히 대중이 생각하는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의 기준도 올라가서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거고요.”

하지만 ‘19금’에 관한 담론들은 사라질 수 없는 터.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해요. 예를 들어볼게요. 토미 웅거러란 유명 동화작가가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섹슈얼리티한 그림을 그리기도 했죠. 동화책과 섹스에 관한 걸 함께 쓴 거예요. 그래서 당시 독자들이 그 사람의 동화책을 불태워버리고 엄청나게 시위를 했는데요. 그 사람은 그냥 동화도 그리고 섹스에 관한 세계관도 펼치고 있었던 건데 대중은 그의 이면은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러다 시간이 많이 지난 이후엔 그 두 가지 업적 모두 인정을 받게 됐는데요. 이젠 시대가 그 사람의 표현 가치 자체를 존중하게 된 거예요. 저는 19금 콘텐츠가 더 풍성하게 나오려면 이런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미래는 조금 더 긍정적일 것 같은데요. 지금은 새로운 시스템하에 교육받은 2030세대와 1980년대 문화를 거친 5060세대가 공존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면이 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적 가치관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저 역시 제 자녀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만들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하면서 그 토대를 잘 쌓아가고 싶어요.”

■“차기작, 1997년 IMF 시대 호황이었던 에로물 시장에 관한 이야기예요”

재취업을 선언한 만큼 나름 구체적인 청사진도 머릿속에 준비돼 있다.

“1997년 IMF가 온 대한민국에서 2002년 월드컵 개최 전까지 좀비처럼 에로티시즘 시장을 점유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8부작으로 구상하고 있어요. 시놉시스를 완성했고요. 먹고 살기 빠듯해진 많은 창작자가 가명을 써서 이 바닥에 들어왔고 2002년이 되어서 먹고 살기 편해지니 다시 다 빠져나갔는데요. 남은 사람 8명 중 하나가 바로 저, 봉만대예요.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 3년간 기획해온 건데, 에로틱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기존 세력이 무너지고 신진 세력이 올라오면서 배우의 애티튜드도 달라지고, 정형화된 에로틱 연기와 필름의 뒤안길에 대체되는 것들이 나타났던 시대. 그 얘기들을 ‘에로의 종말’이란 가제로 준비하고 있어요.”

플랫폼의 변화로 글로벌한 콘텐츠 육성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어떤 장르이건 간에 전 세계인이 붙어 있잖아요. 에로티시즘도 모두가 좋아하는 소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 자체가 주는 힘이 있어야 하고요. 플랫폼에 대한 고민과 창작가의 육성이 같이 가야 할 것 같아요. ‘19금’ 콘텐츠를 잘 쓰는 작가들이 붙어서 소비될 수 있는 이야기를 쓴다면 다시 살아날 거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