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브라질을 향한 본격적인 출항을 앞두고 잠시 닻을 내린다.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45)은 18일 오전 경희의료원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요구하는 심장검사를 마친 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2박3일의 휴가를 허락했다. 선수들은 20일 오후 9시 파주트레이닝센터에 재소집될 때까지 달콤한 휴식 시간을 보내게 된다.

홍 감독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하루하루가 급했지만 잠시 휴식을 가진 뒤 훈련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해외파는 시즌 내내 강행군을 펼치다 소집됐고, 국내파는 빡빡한 국내리그 일정 도중 합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과 중국에서 뛰다 합류하는 나머지 선수들도 주말 경기에 출전했기에 쉼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홍 감독은 이번 휴가로 선수들이 21일부터 시작될 전술 훈련을 앞둔 마음의 준비를 마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휴가를 받고 나면 선수들은 훈련에 집중한 뒤 28일 튀니지와 평가전을 치르고 30일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 나서게 된다. 튀니지전이 끝난 뒤 하루 더 휴가를 줄 계획이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학습 효과도 이번 휴가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직전 제주 훈련에서 깜짝 휴가를 선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만 해도 훈련을 하다 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휴가가 오랜 훈련의 답답함을 털고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확신했고, 실제로 4강 신화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홍 감독 본인이 이 과정을 온 몸으로 경험했으니 휴가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의 의도와 달리 선수들은 마음껏 휴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있어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한 선수는 휴가 기간에 개인 트레이너와 훈련을 하기로 했고, 다른 선수들은 아예 휴가를 반납하기도 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하루만 쉬고 하루 먼저 파주트레이닝센터에 들어오겠다는 선수가 4~5명 있다”며 “홍 감독은 쉬라고 지시했지만 선수 본인이 원하면 먼저 들어와도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쉬기보다는 훈련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백업 선수들일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번 휴가를 끝으로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도 모두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가족들과 떨어져야 한다”며 “충분히 쉬면 훈련 집중력은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