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돌리고 남은 기름을 재탕·삼탕한 충암고의 급식비리가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났다. 회계부정은 전 이사장의 아들이 주도했다.
지난 4월2일 서울 충암고 본관 1층 임시 식당 앞 복도에서 김모 교감이 3학년 학생들을 막아선 채 일일이 3월 급식비 납부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충암고 학생 제공
서울시교육청이 4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충암중·고교는 납품받은 식재료를 빼돌리기 위해 종이컵 등 소모품을 허위로 과다청구하고 식용유는 반복해 재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1억5400만원에 달하는 식자재 비용을 횡령했다.
학교 측은 식용유가 들어오면 절반은 미리 빼돌리고 남은 식용유는 새카매질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일삼았다. 이렇게 나쁜 기름으로 튀긴 반찬들은 급식시간에 고스란히 학생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횡령을 위해 학교 측은 급식의 배송마저 용역업체에 위탁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뒤 실제로는 조리원들에게 급식 배송을 모두 맡겼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급식을 위한 조리시간이 부족해진 조리원들은 간편하고 시간이 별로 안 걸리는 튀김요리를 주로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이 같은 배송 비리를 통해 최소 2억5700만원 상당을 허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와중에도 충암고 측은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에게 납부를 독촉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 학교 ㄱ교감은 올해 4월 점심 급식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급식비 납부 현황을 확인하면서 ‘급식비를 내지 않았으면 먹지 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암고의 파렴치한 행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교육청이 본격 감사에 착수하자 학교 측은 급식비리 의혹을 교육청에 제보한 교사 ㄴ씨를 내부 고발자로 지목, 파면·해임 등의 중징계를 추진하려한 부분 또한 뒤늦게 밝혀졌다. 교육청은 학교 측에 징계절차 중지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