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달려들고,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비록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값진 ‘예방주사’를 맞았다.

한국은 26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톱 디비전 3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10-0으로 이겼다. 톱 디비전은 한국, 일본, 카자흐스탄, 중국 등 4개국이 한 번씩 맞붙은 뒤 최종 순위에 따라 금·은·동 메달을 나눠 갖는다. 2승1패가 된 한국은 이어 열린 경기에서 2승의 카자흐스탄이 1승1패의 일본에 7-0으로 승리함에 따라 2위를 차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사상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역대 최고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는 커다란 아쉬움과 함께 많은 교훈을 안겨줬다.

당초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첫 경기였던 카자흐스탄전에서 완패를 당하며 금메달의 목표는 조기에 날아갔다. 비록 카자흐스탄이 디펜딩 챔피언이긴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국가대표 절반 이상이 포함된 프로팀 바리 아스타나가 플레이오프 참가를 이유로 대표 차출을 거부해 골리(골키퍼)를 제외하고는 베스트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시종일관 졸전을 펼친 끝에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켰다.

그러나 이후 일본과의 라이벌 매치에서 4-1의 완승을 거두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약체 중국전에서 10골을 퍼부으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오는 4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디비전Ⅰ A)에 출전한다. 이후 담금질을 거친 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선다.

대표팀이 앞으로 만날 상대들은 모두 강팀이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카자흐스탄(16위), 오스트리아(17위), 헝가리(19위), 폴란드(20위), 우크라이나(22위)와 격돌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캐나다(1위), 체코(6위), 스위스(7위) 등 세계 랭킹 10위권 내 강자들과 한 조가 됐다.

대표팀이 이번 대회를 통해 뼈저리게 느낀 점은 카자흐스탄전처럼 해서는 이런 강팀들과 절대 맞설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팀이 평창에서 메달권에 들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지더라도 대등한 승부를 펼쳐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수들도 느낀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포워드 신상훈은 “아무래도 더 물어뜯고 악바리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조 편성이 힘들기는 하지만, 1년이 남은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서 1승, 더 나아가 8강 진출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장인 포워드 박우상도 “카자흐스타전에서 방심한 것은 절대 아니다. 너무 의욕만 과하게 넘쳤던 것 같다”며 “여기에서 배운 점을 토대로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백지선 대표팀 감독은 “이런 것들이 모두 경험이다. 이번에 우리가 배운 것들은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