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보도블록에 발자국이 찍힐 듯이 푹푹 찌는 더위가 밀려오고 있다. 이제 벌써부터 ‘어느 해보다 무더운 여름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보가 울리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했듯이 지나고 나면 다 지낼 만한 더위였다. 올해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어느 바람 좋은 곳 나무그늘 아래에서 잠시 일상의 고단함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찌는 듯한 더위도 추억이 될 수 있다. 그런 바람 좋은 숲그늘이 우리나라에는 지천이다.

■양평 산음자연휴양림

숲은 듣는다. 어둠 속에서 망울을 연 꽃들의 울림, 바람 따라 여행을 시작하는 씨앗의 떨림, 서걱서걱 풀잎을 꿰는 애벌레의 움츠림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다. 나무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한 걸음 비켜서서 물길을 틔운다. 숲은 인내하고, 생명을 보듬고, 마지막에 길을 낸다. 사람에게 내미는 손길과 발길이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윗고북길에 자리한 산음자연휴양림의 숲길이 딱 그렇다. 화려하지 않아 아지트로 삼고 싶은 공간이다. 휴양림은 사계절 내내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숲을 품었다. 청정 도시로 알려진 양평은 찾아갈수록 마음이 물드는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자연정화 공원 세미원, 용문산 용문사로 향하는 산책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의 수숫단 오솔길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모든 길이 양평으로 난 셈이다. 그야말로 사계절 보약 같은 ‘치유의 숲’이다.

■양양 미천골자연휴양림

6월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는 데는 숲만한 곳도 없다. 그중 청정한 계곡이 펼쳐진 강원도 첩첩 산골은 어떨까. 강원 양양군 서면 미천골길에 위치한 미천골자연휴양림 같은 곳 말이다. 백두대간 구룡령 아래 자리한 미천골자연휴양림은 한마디로 ‘은둔하기 좋은 곳’이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신비로운 불바라기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을 잠시 잊을지 모른다.

휴양림에서 묵은 다음날에는 양양의 바다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가는 길에 해담마을에서 수륙양용자동차를 타고 스릴을 즐기고, 송천떡마을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떡도 맛볼 수 있다. 갈대가 흐드러진 남대천연어생태공원을 거닐고, 푸른 바다가 펼쳐진 낙산사에서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동안 ‘더위는 안녕~’이다.

■홍성 용봉산자연휴양림

충남 홍성군 홍북면의 용봉산은 해발 381m로 야트막하다. 그 기슭에 자리한 자연휴양림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 짱’다.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고 만지고 보고 체험하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자연체험공간도 갖췄다. 숲해설가가 동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늘 예약이 꽉 찰 만큼 반응이 좋다. 등산로는 2시간 코스부터 3시간30분이 걸리는 종주 코스까지 3개가 있고, 가볍게 산책하고 싶다면 산림휴양관과 숲속의집을 둘러싼 숲길이 좋다. 숲길이 짧아 아쉽다면 좀 더 멀리 용봉사까지 다녀와도 괜찮다.

홍성은 산과 바다, 역사적 명소를 두루 갖췄다. 조선시대에 축성한 홍성 홍주읍성, 한용운 선생 생가지, 한국 현대미술의 거목 이응노 선생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을 함께 둘러보고, 서해안을 따라 조성된 천수만 권역의 속동전망대와 일몰이 아름다운 궁리포구도 빼놓지 말기를….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전남 보성군 웅치면에 있는 제암산자연휴양림은 자연 속 힐링과 짜릿한 모험이 가득한 ‘마법의 숲’이다. 더늠길은 능선을 넘나들며 울창한 숲길을 걷는 무장애 산악 트레킹 코스로, 5.8㎞ 전 구간이 평평한 데크로 만들어졌다. 초록빛 세상을 따라 바람과 새소리가 흐르는 힐링 로드다.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에코어드벤처도 어른·아이 모두에게 인기 있는 숲 속 체험 시설이다.

보성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봇재에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나름 멋스럽다. 득량역 추억의 거리는 시골 간이역과 197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또 광주 이씨 집성촌인 강골마을은 황토 돌담을 따라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최근에 문을 연 비봉공룡공원과 홍암나철기념관도 한번쯤 둘러보기를 권한다.

■완도수목원

전남 완도군 군외면의 완도수목원은 1991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림 자생지이자, 국내 유일한 난대 수목원이다. 사시사철 녹음을 자랑하는 붉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 등 상록수가 주를 이루고, 완도를 대표하는 완도호랑가시가 자라는 곳이다. 울창한 난대림을 바라보고 거닐면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정화된다.

완도의 상징인 완도타워에는 최근 모노레일이 개통했다. 48인승 대형 모노레일은 사방이 커다란 유리창이라, 완도 읍내와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도는 해상왕 장보고의 섬이다. 약 1200년 전 동아시아의 바다를 주름잡은 신라인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올해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대교가 개통하면 고금도와 약산도(조약도)는 물론 고금대교를 건너 전남 강진이나 장흥으로 향하는 여정이 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

남해는 ‘다도해의 보물섬’이라 불린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에 자리한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227ha에 이르는 편백과 삼나무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힐링을 약속하는 곳이다. 피톤치드는 특유의 살균 효과 덕분에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 질환에 좋고, 신경계를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정신을 맑게 해준다. 편백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방출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남해는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어우러진다. 오래전에 문 닫은 폐교를 예술공간으로 바꾼 해오름예술촌, 이름처럼 은빛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상주은모래비치, 바닷길이 갈라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문항어촌체험마을, 이순신 장군의 가묘가 있는 남해 충렬사 등도 이 지역의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