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난민을 신청한 예멘인 458명 중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허가가 결정됐다. 34명은 불인정 됐으며, 85명에 대해선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도 내 예멘 난민심사 대상자 484명 가운데 458명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23명에 대해서 영유아 동반 등을 이유로 지난달 인도적 체류허가를 결정했고, 3명은 난민신청을 철회한 후 출국했다.

난민을 신청한 이들은 난민 인정 또는 인도적 체류허가, 난민 불인정 중 하나의 판정을 받는다. 제주출입국청은 인도적 체류허가를 한 예멘인들에 대해 ‘난민 인정’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현재 예멘의 심각한 내전 상황, 경유한 제3국에서의 불안정한 체류와 체포, 구금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들을 추방할 경우 생명 또는 신체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난민협약과 난민법상 난민인정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강제 추방할 경우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인도적 체류허가 자격을 얻으면 난민과 같이 생계비 보장이나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취업 활동은 할 수 있다. 제주 밖으로 이동을 금지했던 출도 제한 조치도 풀린다. 그러나 난민과 같이 국내에 본국의 가족들을 초청할 수는 없다. 1년마다 체류연장을 해야 하며 예멘 국가상황이 좋아져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거나 국내외 범죄 사실이 발견되거나 발생될 경우 체류허가는 취소된다. 국제사회 대부분이 난민에 준해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을 보호하는 ‘인도적 체류허가’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난민불인정을 받은 34명은 예멘 내전상황에도 불구하고 제3국에서 출생한 후 그곳에서 살아왔거나 외국인 배우자가 있어 제3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음에도 난민신청을 한 이들이다. 제주출입국청은 이들이 경제적인 목적으로 난민신청을 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범죄혐의 등으로 국내 체류가 부적절한 이들도 불인정 대상에 포함됐다. 난민신청자 중 10세 이상에 대해 마약 검사를 한 결과 양성반응을 보인 4명도 불인정됐다.

난민불인정을 받으면 30일 이내에 이의 신청, 90일 이내 행정소송을 할 수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난민신청자로서 지위를 유지하며,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 취업도 할 수 있다. 다만 제주에서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들의 출도 제한 조치는 유지된다.

결정이 보류된 85명은 어선원으로 취업해 출어 중이거나 일시 출국해 면접을 하지 못한 16명,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 69명도 포함됐다. 현재까지 이들 중 난민 인정자는 한명도 없다. 제주출입국청은 난민협약과 난민법상 5대 박해사유(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에 포함돼야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조건에 해당하는 이들이 아직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심사 결정 보류자 85명 중 5대 박해사유에 해당돼 난민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일부 포함돼있어 앞으로 난민 인정자가 나올지 여부가 주목된다.

현재 제주에 있는 예멘인 400여명 중 214명이 양식장과 어선, 식당 등에 취업했다. 영유아 등을 동반해 우선적으로 인도적 체류허가를 얻은 23명 중 12명은 다른 지역으로 체류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에는 지난해말부터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던 예멘인들이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이용해 대거 입국했다. 단기간 많은 예멘인이 제주를 찾음에 따라 6월부터는 예멘을 무사증 불허국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