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이후 첫 가을야구 경사를 치른 KT가 이제 KBO리그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기록을 앞두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2020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신인왕 시상식을 개최한다. 오로지 정규시즌 성적만으로 평가하는 MVP와 신인왕 투표는 이미 포스트시즌 전 완료됐다. 멜 로하스 주니어(30)가 MVP를, 소형준(19·이상 KT)이 신인왕을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로하스는 홈런(47개), 타점(135개), 득점(116개), 장타율(0.680)까지 1위를 독차지 하고 타격 4관왕에 올랐다. 시즌 마지막 며칠 사이 타율 3위(0.349)로 밀려나 타격왕을 놓쳤지만 그 외 타격 주요 부문을 휩쓸어 MVP 경쟁력을 충분히 과시했다. 올시즌 로하스 외에 다관왕은 두산 투수 라울 알칸타라뿐이다. 20승을 거두고 다승·승률 2관왕에 올랐지만 로하스의 위력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역대 MVP를 수상한 외국인 선수는 타이론 우즈(OB·1998년), 다니엘 리오스(두산·2007년), 에릭 테임즈(NC·2015년), 더스틴 니퍼트(두산·2016년), 조쉬 린드블럼(두산·2019년)까지 5명 있었다. 로하스가 수상하게 되면 외국인 타자로는 우즈와 테임즈에 이어 역대 3번째 수상자가 된다. 두산 아닌 팀에서 외국인 MVP가 나오게 되는 것도 NC에 이어 KT가 두번째다.

소형준 역시 수상이 확실시된다..

올해 26경기에서 13승6패 평균자책 3.86의 빼어난 성적으로 데뷔했다. 국내 선발들이 부진했던 올해, 신인임에도 SK 박종훈과 함께 국내투수 최다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중고신인들이 지배했던 2010년대 이후 보기 드물었던 순수고졸신인 선발 투수라는 점에서 주목받았고 따라올 경쟁자가 없을 정도의 월등한 성적으로 일찌감치 신인왕 가능성을 굳혔다. 소형준이 신인왕을 차지하면 2006년 류현진(한화)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데뷔 첫해 바로 수상하는 순수 고졸 선발 신인왕이 탄생하게 된다.

2015년 1군리그 합류 뒤 만년꼴찌 설움을 겪었던 KT는 올해 정규시즌 2위에 올라 5강 목표롤 초과 달성하고 사상 첫 가을야구 무대에 나갔다. 로하스와 소형준이 타선과 마운드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도 수상 명분은 확실하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한 시즌에 MVP와 신인왕을 동시 배출한 구단은 5개 구단뿐이었다. 1985년 해태에서 MVP 김성한과 신인왕 이순철이 나왔고 1993년 삼성에서 김성래가 MVP, 양준혁이 신인왕을 수상했다. 13년이 지난 2006년에는 한화 류현진이 MVP와 신인왕을 독차지했고 이듬해 두산이 MVP 리오스와 신인왕 임태훈을 배출했다. 박병호와 서건창이 수상했던 2012년 넥센 이후 8년 만에 KT가 로하스와 소형준을 앞세워 KBO리그 6번째 역사에 도전한다.

2018년 강백호의 신인왕 수상으로 정규시즌 시상식에 사실상 처음 초대받았던 KT는 올해 거의 독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내야수 심우준과 투수 주권이 각각 도루왕과 홀드왕에 올라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는 내야수 김태훈과 강민성이 각각 남부리그 타격왕과 홈런왕을 차지해 이날 시상대에 선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상식이 축소 진행되고 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구단은 꽃다발도 건네줄 수 없게 됐지만 KT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시상식의 주인공이 돼 잔치를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