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종서에겐 묘한 매력이 있다. 해맑은 아이와 섬뜩한 빌런을 오간다. 평소엔 엉뚱하면서도 캐릭터에 몰입할 땐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동물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건 복잡하고 섬세하면서도, 재고 따지질 못해서 그래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성격이거든요. 오해가 있으면 바로 풀어야 하고요.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데, 아마도 그게 제가 가진 동물적인 부분인가 봐요.”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에선 연쇄살인마 영숙으로 분해 과거와 미래를 섬뜩하게 뒤바꾼다. 그에게 실제 미래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면 뭘 물어보고 싶냐고 하니, 천진난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표정만큼은 여느 때처럼 진지했다.

“남편이 누군지 물어보고 싶어요. 누구와 결혼했는지가 가장 궁금해요. 또 다른 걸 물어볼 수 있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있는지도 물어보고 싶어요. 예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스마트폰 같은 변화요. 뭐가 바뀌었을지 궁금하네요.”

전종서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데뷔작 ‘버닝’ 이후 두번째 작품 ‘콜’로 찬사를 받은 소감부터 함께 호흡 맞춘 박신혜, 이충현 감독에 대한 애정, 배우로서 욕심 등을 털어놨다.

■“박신혜의 안정감, 흉내낼 수 없어”

그는 이번 작품에서 과거를 사는 ‘영숙’으로 분해 현재의 서연 역 박신혜와 합을 이룬다.

“전 공격을 위주로 하고, ‘서연’은 방어·수비를 모두 해줘야 했어요. 그런 면에서 박신혜가 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썼고, 그걸 거울 삼아 제 연기 에너지도 비례하게 만들었죠. 감사한 마음이 커요.”

작업하면서 박신혜의 무게감에 든든한 마음이 들었단다.

“전 아직 경험이 많이 없어서 박신혜가 가진 안정감, 이런 걸 어떻게 흉내낼 수도 없었어요. 그게 이 영화에서 빠졌더라면 스토리가 굉장히 가벼워질 수도 있었을 거예요. 끝까지 같은 무게로 중심을 잡아준 거죠. 그가 아니었다면 영화 균형이 깨져버릴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그런 무게가 생기면 좋겠어요.”

신예 이충현 감독의 단편 ‘몸값’의 팬이라 ‘콜’ 출연을 결심했다고도 했다.

“‘몸값’ 색이 확실한데, 그게 이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콜’을 처음 촬영했는데, 감독이 매 테이크 디렉팅을 안 하더라고요. 의아했어요. 촬영이 끝나고 이유를 물어보니 제가 어떤 스타일이고 배우로서 어떻게 활용해야 최대치를 끌어낼 지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자유롭게 놔두고 제가 조금 이탈하는 것만 잡아주면 되겠다는 결론을 얻었대요. 그게 촬영 끝까지 적용됐는데, 합이 정말 잘 맞았어요. 저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감독이라, 저도 믿고 갔죠.”

■“로맨스물 보다는 누구도 하지 않은 캐릭터 하고파”

‘콜’이 공개되자마자 전종서는 연기력 하나만으로 크게 화제가 됐다.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높은 관심도를 입증했다.

“진짜 놀랐어요. 정말 많은 사람이 넷플릭스서 ‘콜’을 보고 화제가 됐다더라고요. 이젠 진짜 시대가 바뀌었구나 싶더라고요.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본다는 개념이 변하고 문화가 바뀌는 상황에서 ‘콜’이 자리를 확 잡은 것 같아 신선했죠. 파격적으로 등장한 것 같아서 기뻐요.”

‘버닝’과 ‘콜’에서 모두 충격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던 터라, 편안한 로맨스물도 연기해보고픈 의향이 있냐고 물었더니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렇게 도전적이진 않아요. 로맨스물은 어떤 장르보다도 위태롭고 아슬아슬해서 조금 더 경험을 쌓은 다음 생각해보고 싶어요. 대신 여배우가 하기엔 버겁다고 편견이 있는 캐릭터나 누구도 건드리지 않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총을 든 소녀’ 이미지랄까. 눈치 안 보고 많이 미친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데뷔작부터 주연에 발탁된 이후 거침없이 달려온 지난 3년을 되돌아봤다.

“어릴 적 연기를 하고 싶었던 생각이 하루 아침에 실현됐어요. ‘버닝’에 갑자기 캐스팅됐고, 정신이 없었던 시기였고요. 연기를 좋아하지만 에너지는 계속 소진되니까 그걸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 가고 싶은 곳, 같이 있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얘기, 먹고 싶은 걸 스스로에게 충분히 선물하면서 에너지를 채우려고요. 그리고 이젠 그 에너지를 어떻게 현명하게 쓸 수 있을지 지혜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또 팬들과는 연기로 먼저 소통하고 싶어요. 워낙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나마 대중이 많이 사랑해주니 조금씩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