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논란으로 겪은 마음 고생을 훌훌 털어버리는 멋진 활약이었다. 전성기 시절 자주 선보였던 자로 잰듯한 패스는 여전했다. FC 서울의 캡틴 기성용(32)이 홈팬들 앞에서 개막전에 선보이지 못한 ‘택배’를 배달하며 박수를 받았다.

기성용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2라운드 수원 FC와 경기에 선발 출전해 72분을 뛰며 후반 6분 나상호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2009년 11월21일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 이후 11년3개월만이자, 지난해 K리그 복귀 후 기성용이 올린 첫 공격포인트다. 서울은 전반에 나온 수원 정동호의 자책골과 후반에만 멀티골을 터뜨린 나상호의 활약을 앞세워 수원을 3-0으로 완파하고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기성용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초등학생 시절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 측과 진실공방을 이어간 기성용은 지난달 27일 전주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리그 공식 개막전에서 선발로 나섰다가 허벅지 쪽에 불편함을 느껴 전반전 도중 한찬희로 교체됐다. 기성용은 경기 후 기자회견서 “나와는 무관한 일이며 절대로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 (피해자라고 자처하는 쪽에서 하는) 모든 주장에 대해 나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해자측은 “법정을 통해 증거를 공개하겠다”며 기성용 측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 달라고 종용한 상태다.

기성용은 이날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섭 서울 감독은 “심한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본인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훈련을 잘해왔기에 90분 소화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전북전과 달리 기성용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오스마르의 중원 파트너로 출전한 기성용은 전반부터 정확한 패스와 탈압박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경기를 조율해나갔다. 장기인 장거리 패스도 전반에 4번이나 성공시켰다.

정확함을 뽐내던 기성용의 오른발은 후반 6분 결국 결실을 맺었다. 하프라인 아래에서 패스할 곳을 찾던 기성용은 나상호가 상대 수비라인 배후를 침투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자로 잰듯한 롱패스를 배달했다.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나상호가 가슴 트래핑 뒤 오른발 슛으로 골을 터뜨리면서 기성용의 도움이 기록됐다. 확연히 다른 클래스를 보여준 기성용은 후반 27분 한찬희와 교체되어 나오면서 4100명의 홈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기성용은 경기 후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저번 경기에서는 (허벅지에) 불편함이 있어 다 못 뛰었는데, 오늘은 홈 첫 경기라 많은 준비를 했다”며 “오늘 내 플레이를 100% 못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더 나올게 있기 때문에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성남 FC의 경기에서는 수원이 전반 40분 터진 김민우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개막전부터 2경기 연속 승리를 이어간 수원은 2013년 이후 8년만에 개막 2연승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