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살기에 좋다고 순위를 매긴 세계 59개국 가운데 한국은 하위 10위권에서 간신히 벗어난 47위로 평가받았다.

1위는 대만(중화민국)이 차지했고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말레이시아, 포르투갈이 순이었다. 일본은 54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최하위는 쿠웨이트로 꼽혔고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이집트 등이 쿠웨이트의 뒤를 이었다.

모국이 아닌 곳에 사는 외국인들(익스패츠·Expats) 회원이 400만 명으로 독일 뮌헨에 본부를 둔 단체인 ‘인터네이션스’가 18일 내놓은 ‘익스패츠 인사이더’(Expats Insider) 2021에서 ‘살고 일하기 좋은/나쁜 국가’ 연례 조사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한국은 처음인 2014년 13위로 최고 평가를 받은 후 매년 23→27→31→41→55위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54위, 이번에는 7계단 상승했다.

한국에서 살 때 가장 큰 단점으로 외국인들은 ‘불편함’을 꼽았다. ‘안락함’ 평가에서 한국은 57개국 중 56위로 최하위에 근접했다. 정착 편의 지수 역시 54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현지 문화가 편안하다고 답한 비율이 54%로 세계 평균(63%)에도 이르지 못했다.

현지인을 친구로 삼기 어렵다고 답한 외국인 비율은 54%로 평균(36%)보다 훨씬 높았다. 인터네이션스는 이를 언어 탓이라고 추정하며 “한국어가 배우기에 어렵고 그 탓에 친구 사귀기 힘들다”는 한 필리핀인의 말을 전했다.

현지어를 전혀 또는 조금도 하지 못한다는 답한 외국인은 70%로 세계 평균(43%)보다 매우 높았다.

좋은 평가도 꽤 나왔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대목은 28위로 평가 5개 항목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외국인 84%는 의료 비용을, 92%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각각 호평해 세계 평균치(61%, 71%)보다 매우 높았다.

여행과 교통 분야 평가도 20위로 우수했다. 대중교통 수단은 92%가 좋다고 평가해 평균(76%)보다 높았다. 한 아일랜드인은 “의료, 개인 안전, 교통은 모두 매우 좋다”고 인터네이션스에 말했다.

치안도 우수해 한국에서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한 비율도 92%로 평균(86%)보다 높았다. 반면 공기의 질은 51%가 나쁘다고 평가해 평균(20%)보다 높았고 이 부문에서는 한국은 하위 10위권에 속했다.

외국에서 구직, 근로 등을 평가한 ‘해외 근무 지수’에서 한국은 40위로 하위권으로 처졌다.

근로 시간과 일·생활 균형(워라밸) 평가 항목에서는 모두 50위로 최하 10위권에 떨어졌다. 근로 시간에 불만인 비율은 평균(16%)보다 높은 20%로 나왔지만, 실제 주당 근로 시간은 39.5시간으로 세계평균(43.2시간)보다 3.8시간 적었다

코로나19와 관련, 한국에 사는 외국인 54%는 계획한 체류 기간을 바꾸지 않겠다고 답했고, 코로나 때문에 고국으로 가지 않겠다는 비율도 28%에 달했다.

코로나와 관련, 정부 공식 발표 또는 정보 소통에 만족하는 비율은 84%로 평균 66%보다 높았기만 쉽게 알아듣고 이해한다는 비율은 절반에 모자란 48%에 그쳤다.

한편, 1위를 차지한 대만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취업을 제한하는 한국과 달리 노동부와 중앙정부 기준에 따른 과학기술과 경제, 교육, 문화, 예술, 체육, 금융, 법률, 건축 설계 영역에서 전문 능력을 갖춘 외국인에게 ‘취업 골드카드’를 부여해 1∼3년간 노동을 허가하고 있다. 특히 소득세 우대 혜택을 주고 골드카드 소지자 직계존속에 1년간 머물 수 있는 거류증도 발급해준다.

한국 노동조합이라고 할 공회(工會)는 공회법에 따라 외국인 가입에 제한이 없어 한국과 달리 외국인도 노조원으로 활동한다. 조사에서 외국인들은 대만의 의료의 질에 대해서는 96%, 의료 비용에 대해서는 94%의 만족률을 보였다.

대만에서 외국인은 고용된 날로부터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대만인과 동일하게 많은 혜택을 받는다. 치과 스케일링 경우 기본 접수비만 내면 추가 부담금 없이 연간 2회 시술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