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가 내 기록을 깼으면…”

2002 한·일월드컵에서 ‘캡틴’으로 4강 신화를 이끌었던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53)의 목소리에선 희색이 만연했다.

자신의 주장 자리를 물려받은 후배 손흥민(30·토트넘)이 6일 칠레와 평가전에서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A매치(축구 국가대항전) 100경기 출전을 의미하는 센추리 클럽은 선수라면 누구나 이름을 올리고 싶은 특별한 기록이다.

홍 감독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나도 아직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던 날(1999년 6월 5일 벨기에전)이 기억에 선명하다”며 “흥민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손흥민의 센추리 클럽 가입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기록의 스포츠가 아닌 축구에서도 센추리 클럽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따로 관리를 한다”면서 “선수에게는 자신이 쌓아온 역사이자 발자취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센추리 클럽은 1959년 잉글랜드 빌리 라이트(104경기)가 첫 영광을 누린 이래 총 588명(2022년 6월 5일 기준)에만 허락됐을 정도로 까다롭기 짝이 없다.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기량과 함께 큰 부상 없이 10여년을 뛸 정도로 몸 관리에 힘을 기울어야 가입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한국과 평가전을 치른 ‘삼바군단’ 브라질에선 지금껏 숱한 재능들이 기량을 뽐냈지만 정작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이는 8명(카푸·로베르로 카를로스·다니 알베스·네이마르·치아구 시우바·루시우·클라우지우 타파레우·호비뉴)이 전부였다.

국내에선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처음 가입했고, 홍 감독이 그 뒤를 이었다. 손흥민은 한국 선수로는 16번째 센추리 클럽 멤버가 된다.

홍 감독은 손흥민이 단순히 센추리 클럽 가입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길 기대한다. 차 전 감독과 홍 감독이 나란히 보유하고 있는 A매치 최다 출전 기록(136경기)이다. 손흥민은 매년 10경기 안팎의 A매치를 소화하고 있어 4년 정도만 지금 기량을 유지하면 충분히 신기록 달성이 가능하다. 홍 감독은 “흥민이는 아직 한창이 아닌가”라며 “난 흥민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의 바람은 한국 축구가 손흥민과 함께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첫 득점왕에 오른 선수가 주장 완장을 맡았기에 나온 이야기이도 하다. 홍 감독은 “흥민이는 지금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주위의 선수들이 믿음직스럽게 느낄 것”이라며 “주장의 존재 만으로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