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도 야구장 입지의 접근성과 경제성은 야구단의 지속적 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 탬파베이 레이스의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는 지리적으로 끔찍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탬파베이의 이야기를 다룬 책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에 따르면 구글 맵스를 통해 탬파의 서쪽 끝에서 세인트피터즈버그 남쪽에 자리잡은 트로피카나필드까지의 거리는 약 30㎞로 나온다. 자동차로 달렸을 때 20분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두 지역을 잇는 하워드 프랭크랜드 다리는 지역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다리다. 20분 거리는 툭하면 1시간 거리가 된다.

심리적 거리가 멀다는 것도 진해와 비슷하다. 책에 따르면 다리의 길이는 실제 5㎞지만 다리 양쪽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그 다리의 거리가 500㎞쯤 되는 것으로 느껴진다.

탬파베이 지역은 인구가 325만 명이나 된다. 미국에서 15대 인구 밀집 지역 중 하나다. 하지만 트로피카나 필드가 갖는 지리적 약점은 인구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다. 탬파베이 지역 주민 중 19%만이 차로 30분 내에 야구장에 갈 수 있다. 비슷한 인구의 시애틀은 30분 이내 거리의 인구가 2.5배나 더 많다.

결국 탬파베이는 2008년 만년 꼴찌에서 뉴욕 양키스, 보스턴 등을 모두 꺾고 우승을 하는 기적을 만들어냈음에도 관중 동원에서 리그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평균 1만9255명으로 꼴찌에 그쳤다.

비슷한 지역을 연고로 하는 마이애미 말린스는 새 구장을 도심으로 옮기면서 관중이 50%나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탬파베이도 연고지 이전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폴 포스터 세인트피터즈버그 시장은 결국 연고지 이전 대신 구장 이전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창원시가 진해 구장을 고집할 경우 입지 여건 때문에 구단의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연고지를 이전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탬파베이처럼 신축 구장을 짓는 데 들이는 1500억원이 헛되이 날아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