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잔뜩 구름이 낀 가운데 17일 대구구장에는 평소보다 일찍 삼성 선수들이 나와 몸을 풀었다. 이날 오후 3시를 전후로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훈련을 당초보다 일찍 시작했다.

보통 투수와 야수들이 따로 훈련하는 것과 달리 이날은 삼성의 모든 선수들이 한데 모여 그라운드를 뛰었다. 최근 분위기가 안 좋아 류중일 삼성 감독이 따로 지시를 했다.

류 감독은 “작년에도 초반에 분위기 안 좋을 때 한 번 했다”며 “이럴 때는 한 번 이렇게 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때마침 두산 오재원이 류 감독을 보고는 그라운드에서 큰절을 했다. 아직 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오재원은 올해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이 절실하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이기도 한 류 감독은 “자기 좀 뽑아달라고 저러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오후 4시부터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경기를 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우천취소됐다. 한 번 쉬어가면서 안 좋은 흐름을 끊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순리대로 가는 거지 어쩌겠나”라며 웃었다. “비가 오면 경기 안 하는 거고 비가 안 오면 경기하면 된다. 이기면 이긴 대로, 지면 진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며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류 감독의 속마음이 편할 리 없다. 삼성은 17일 현재 4승8패로 7위에 처져 있다. 최근 5경기에서는 1승4패에 그쳤다. 통합 3연패를 달성했고 올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대부분의 설문조사에서도 4강에 들 것으로 예상된 삼성인 만큼 지금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고 있다.

더구나 삼성의 다음 상대는 1년 만에 훌쩍 커버린 NC다. 1위를 달리고 있는 NC는 최근 팀 창단 후 최다인 5연승을 달리며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현재 삼성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다.

그래도 류 감독은 미소를 지으려 한다. 통합 3연패하는 과정에서 초반이 늘 힘들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늘 초반에는 투·타 밸런스가 안 맞아서 고전했지만 무더워지는 여름이 되면 쭉쭉 치고 올라와 선두로 올라섰다.

주위에서 그런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 이제는 류 감독도 귀에 익숙하다. 류 감독은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기분은 좋다. 그런데 만약 여름에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농담이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명포수 요기 베라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삼성도 이제 고작 1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아직 남은 경기가 많은 만큼 삼성 야구도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