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40)은 꽤 유명한 대중음악 작곡가다. 올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으로 열풍을 일으킨 소유와 정기고 노래 ‘썸’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김도훈이 만든 히트곡은 즐비하다. 휘성의 ‘위드미’ ‘불치병’을 비롯해, 남성그룹 SG워너비의 ‘죄와벌’, 백지영의 ‘잊지말아요’, 이효리의 ‘톡!톡!톡’, 김종국의 ‘어제보다 오늘 더’, 케이윌의 ‘가슴이 뛴다’, 다비치의 ‘8282’, 이승기의 ‘결혼해줄래’, 박효신의 ‘사랑한 후에’, 아이유 ‘마쉬멜로우’ 등 다수의 히트곡이 그의 작품이다.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는 이미 500여곡을 넘어간다.

김도훈은 이밖에도 팝밴드 씨엔블루의 히트곡 대부분을 썼던 작곡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씨엔블루의 최대 히트곡인 ‘외톨이야’의 경우 2010년 인디 밴드 와이낫이 표절 소송을 제기하면서 각종 논박에 휘말리기도 했다. 1년 6개월 가까이 진행된 표절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도훈 작곡가는 뜻하지 않게 제기된 소송에서는 이기긴 했지만, 이미 할퀴고 간 상처가 만만치 않게 깊었다.

최근 스포츠경향을 찾아 인터뷰한 김도훈은 지난 몇 년간 대외 인터뷰나 방송 등을 자제해왔다. 그 사이 작곡가 본연으로 다시 돌아가 노래를 만들거나, 자체 레이블의 힘을 키워가는데 힘을 쏟았다고 한다. 모처럼 만난 그는 “지금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최전성기였지요. 그해 박효신, 티아라, 이승기 등에게 준 노래 전부가 히트를 했으니까요. 씨엔블루의 ‘외톨이’ 역시 초반 매서운 기세로 차트에 올랐었지요. 딱 그때 시련이 시작되더군요. 김도훈 퇴출운동이 검색어 1위에 오르곤 했으니까요.”

그는 “타의에 의해 그 좋아하는 음악을 못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면서 “나로 인해 가수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괴로웠고 이 때문에 일부 가수에게는 이름을 바꿔 곡을 줘야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할 말은 있었다.

“솔직히 음악에 대한 정보가 쉴새 없이 교류되는 요즘 일부러, 악의적으로 음악을 가져와 돈을 버는 경우는 없다고 봅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일을 부러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던 김도훈은 “개인적으로는 억울하지만, ‘레퍼런스’(곡의 장르나 스타일을 참고하는 것)라는 문제에서 항상 떳떳했다고 만은 할 수없기에, 지금은 미심쩍인 일 조차 더욱 조심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작곡가처럼 김도훈 작곡가 역시 음악에 빠져 들면서 가요계로 들어섰다. 중·고교 시절 스쿨밴드를 하면서 음악의 꿈을 키웠다. 이후 홍익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팠다.

“기타에 빠져들면서 메탈쪽으로 자꾸 가더라고요. 당시에는 홍대 음악 문화가 없어서 곳곳을 다니면서 기타를 쳤지요. 그러다가 10학점을 남겨놓고 학교에서 제적됐고요.”

1995년 강변가요제에 입선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대회에서 자작곡을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당시 대회에 출전했던 신연아(이후 그룹 빅마마의 멤버)와 가까워져 함께 혼성 팀을 만든 뒤 각 음악 기획사에 데모곡을 보내곤 했지만, 불발됐다.

“음악은 순전히 독학으로 익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실용음악과나 학원 같은 것은 없었으니까요.”

그는 1997년 가수 장혜진의 ‘영혼으로’를 편곡한 일을 계기로 작곡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작곡가로서 희열을 느낄 때가 많았다”면서 “창작의 고충 등으로 힘들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작곡가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상반기 가요계를 강타한 노래 ‘썸’에 대해서는 “처음엔 씨스타 소속사의 모니터 결과가 안 좋게 나와 신경을 써서 마무리를 해달라는 부탁까지 받았다”면서 “마무리를 하면서 점점 좋아진 케이스고, 수정이 거듭되면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사람도 많아졌다”고 비화를 소개했다.

그는 요즘 새로운 꿈도 꾸고 있다. 음악 레이블 ‘WA엔터테인먼트’에 보다 더 큰 방점을 찍을 참이다. 힙합그룹 팬텀과 긱스 등 실력파들이 대거 포진된 이 레이블은 최근 좋은 가수들을 속속 영입 중이다. 가수 에스타, 박장현이 최근 둥지를 털었다. 지난 6월 데뷔해 눈길을 끌고 있는 여성그룹 ‘마마무’도 이 곳 출신이다.

인터뷰 도중 걸그룹 마마무가 스포츠경향을 불쑥 찾아왔다. 멤버 솔라는 김 작곡가 겸 프로듀서에 대해 “친구처럼 잘 대해주는데 작업을 할 때면 매우 단호해진다”고 말했다. 문별은 “작곡가 사무실이어서 음악 환경이 확실히 다르다”며 “멤버 대부분이 악기와 음악을 만질 줄 안다”고 설명했다. 김도훈 작곡가는 “아이돌이 진화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든 팀”이라며 “아티스트 성향이 강한 걸그룹으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팀을 소개했다.

작곡가와 제작자 중 어느 것이 좋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없이 답했다.

“당연히 작곡가가 더 좋지요. 제작자는 신경 쓸 것도, 다녀야 할 곳도 너무 많고…. 굳이 작곡가일 뿐이라면 이렇게 밖으로 안나와도 되는데….”(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