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은 지난 5월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선수단에 강렬한 메시지를 하나 던졌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지난해 4강에 갔지만 그 전 10년 동안 가을무대에 나가지 못한 LG가 올시즌을 다시 바닥에서 시작하는 모습에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강조한 메시지였다.

양 감독은 24일 광주 KIA전을 마친 뒤 이병규(31·7번)를 향해서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이병규가 최근 선전을 계기로 실력을 갖춘 강한 타자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규는 요즘 눈에 띄는 활약으로 LG의 중심이 돼가고 있다.

이날 광주 KIA전에서도 쐐기 3점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의 6-2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LG는 이 승리로 KIA 3연전에서 2승1패를 거두고 6위 KIA를 1경기 차로 바짝 쫓아갔다. 4위 롯데와는 3.5경기 차다.

LG가 이렇게 4강 희망을 쫓아 올라선 데는 연일 이병규의 활약이 큰 몫을 했다. 이병규는 23일에도 8-3으로 앞선 4회 2사후 김진우를 상대로 중월 솔로홈런, 10-8로 앞선 9회초에는 최현정을 상대로 다시 좌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이틀 사이에 3홈런을 몰아쳤다.

꾸준히 중심타자로 기용되면서 모습과 활약 자체도 중심타자에 적응해가는 분위기다.

2010년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 12홈런 53타점을 기록하며 가장 잘 했던 이병규는 자신의 최고의 해를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는 24일까지 73경기에서 타율 3할3푼5리 9홈런 5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스스로 그런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하는 눈치다. 이병규는 LG 선수들 가운데서도 가장 말이 없고, 웃지도 않고, 언론 인터뷰도 피하는 선수다.

양 감독은 아직 딱딱히 굳어있는 이병규를 향해 팀의 중심타자로서 활약을 인정해주는 동시에 스스로도 자신감과 당당함을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앞으로 더 발전해 완성된 1군 중심타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팀의 새로운 중심타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양 감독은 한 마디에 많은 의미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