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에 6실점.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NC 김경문 감독과 고참 선수들도 처음 보는 1회 대량 실점이었다.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는 지난 19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13로 패했다. 1회 6점을 빼앗겨 타격이 컸다. 경험 많은 이들도 예상치 못한 실점에 놀랐으니 어린 선수들은 오죽했을까. 20일 마산구장에서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NC 김경문 감독은 ‘아기 공룡’들의 기를 살려주려 나섰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전날 경기로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마음 속에 다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 경기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표했다.

경기 초반 대량 실점에 무거워진 덕아웃 분위기를 김 감독도 체감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분위기가 너무 다운돼 있으니까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차전의 경험이 선수들에게 약이 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후회하기보다는 마음에 담고 감독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호준은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하기 전에 미팅하지 말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 전에 조심해야 할 것들만 말해줬다”고 말했다.

1차전이 패하고 나서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미디어데이에서도 포스트시즌을 ‘축제’라고 말하며 즐기려는 마음을 강조했던 이호준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의 프로필 메시지를 “즐겁게 이기자”로 바꿨다. 승리에서 즐거움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호준은 “즐기는 것도 이기고 해야 나오지, 어제 그런 상황에서 화이팅을 하려니 쑥스럽더라”며 “선수들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신나게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에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게임도 했다. 실내연습장에서 T배팅을 할 때 쓰이는 봉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모자를 던져 걸어놓는 데 성공하면 돈을 받는 방식의 게임을 했다. 이호준, 이종욱 등 고참 선수들과 함께 외국인 선수들도 참여했다. 후배 선수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응원했다. 이호준은 “처음에 내가 시범을 보일 때 성공했는데 나중에는 마음먹고 던지니까 잘 안되더라. 경기도 똑같은 것 같다”며 웃었다. 훈련시간 외의 시간에서 후배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선배들의 노력이었다.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전날 패배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덕분에 후배들도 마음을 다졌다. 박민우는 “이종욱 선배가 안 될 때는 차라리 ‘공보고 공치면 된다’고 했다. 경기에서도 그대로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실책이 나왔을 때 ‘오늘은 안 되는 구나’싶으면서도 차라리 앞으로 실책할 것을 그날 다 해버리자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였던 이재학은 밤잠을 설쳤지만 “이미 전날 경기는 다 털어버렸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