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역시 타이밍 싸움에서 갈린다.

LG 선발 우규민은 힘으로 NC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지만 다양성에서 상대를 이겨냈다. 우규민은 직구와 변화구 비율을 거의 절반씩 섞어 던졌다. 5이닝 동안 67개를 던진 가운데 직구 33개와 변화구 34개를 선택해 구종의 변화가 많았다. 우규민은 뿐만 아니라 투구 폼으로 템포의 변화를 가져왔고, 사이드암과 스리쿼터를 오가며 팔 각도의 변화를 줬다. 여기에 구속의 변화까지 가미했다. 결과적으로 똑같은 공을 한번도 던지지 않았다.

우규민이 비교적 유연하게 NC 타자들을 상대한 것과 달리 NC 선발 에릭은 평소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다 보면 릴리스 포인트가 빨라진다. 공을 앞쪽으로 끌고 나오지 못하고 서둘러 놓게 되면서 원래 던지려는 타깃에서 우타자 몸쪽으로 제구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었다.

에릭의 포심 패스트볼은 훌륭했다. 최고 구속 148㎞를 찍으며 타자들을 윽박지를 만했다. 이 공의 구사 횟수를 늘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런데 에릭은 너무 맞지 않으려는 생각이 강해서인지 포심 패스트볼보다는 구속이 140㎞ 전후로 형성된 투심 패스트볼 또는 컷패스트볼 류의 공을 결정적일 때 자주 던졌다. 애석하게도 이 구종의 제구가 나빴다. 원하는 곳으로 넣지 못하며 치명적인 타구를 맞았다. 1회초 선두타자 정성훈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고, 4회 스나이더에게 투런홈런을 내줄 때 모두 변형 패스트볼을 던지다 공이 한복판으로 몰려 대형 타구를 허용하고 말았다.

역대 포스트시즌을 보면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된 뒤에는 열세로 몰렸던 팀이 반전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LG는 1회 정성훈의 홈런을 선제점을 얻으며 역대 사례와 달리 흐름을 쥐고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LG는 승리했지만, 3-0이던 7회말 2점을 내주며 턱밑까지 쫓기기도 했다. 7회 좌완 신재웅이 테임즈에게 솔로홈런을 맞자 사이드암 신정락을 올려 1점을 더 내줬는데 이 시점에서 기존 불펜 승리조를 조기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신정락이 NC전에 강했고, 최근 좋은 구위를 보이고 있었지만 전문 불펜요원과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2차전에 앞서 이틀간 휴식이 있었던 데다 3차전을 앞두고 이동일로 하루 더 휴식이 보장되기 때문에 이동현·봉중근을 중심으로 한 기존 필승조를 내는 것이 더욱 확률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LG는 원정 경기를 모두 잡고 서울로 올라가지만, 7회 위기 상황을 돌아보면 조금 아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