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고요하다. 물밑 계산은 복잡하지만,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협상은 ‘탐색전’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물급 FA들은 구단과 온도차가 뚜렷하다. 자칫 대규모 이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9일 FA 자격을 얻은 1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20일부터 26일까지 원 소속구단과 협상이 가능하고, 계약하지 못하면 다음달 3일까지 원 소속구단을 제외한 다른 구단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 시한이 임박했는데도 아직까지 주요 선수들의 계약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FA 3루수 최정은 원 소속구단 SK 잔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깜깜무소식이다.

삼성 역시 거물급으로 평가되는 내부 FA 5명과 계약에 합의하지 못했다. 윤성환·안지만·배영수·권혁·조동찬과 2차 협상을 마쳤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상황이다. SK 역시 FA 5명 중 누구와도 계약하지 못했다.

주목받는 것은 역시 선발 투수다. 올 시즌 프로야구 10승 이상 토종 투수는 모두 8명이었다. 이중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이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FA 자격을 얻은 윤성환과 장원준(롯데)을 빼고 나면 겨우 4명 남는다. 4명 중 LG 우규민은 엉덩이 수술을 받았다. 전지훈련 참가가 가능할 전망이지만 만에 하나 재활이 길어지면 LG 역시 급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LG는 류제국이 무릎 수술로 5개월 이상 빠질 전망이다. 남는 10승 투수는 장원삼(삼성), 유희관(두산), 이재학(NC)이 전부다.

만약 윤성환과 장원준이 26일 협상 마감일까지 원 소속구단과 합의하지 못한다면 이들을 노리는 다른 팀의 베팅이 거세질 수 있다. 장원준의 원 소속팀 롯데는 벌써부터 ‘탬퍼링’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전체적인 ‘선발 투수난’에 따라 송은범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KIA 이적 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과거 SK 전성기 때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투수다.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다. 최근 8년 동안 FA 선발 투수의 이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007년 두산에서 LG로 옮긴 박명환이 마지막이었다. 올 시즌 대규모 이동이 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놓친 팀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누군가를 데려와야 할 수도 있다.

한동안 이동이 적었던 FA 시장이지만 최근 3년간은 이동이 잦았다. 2012시즌을 앞두고 5명의 FA가 팀을 옮겼고, 2013시즌 때도 5명이 움직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6명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FA 6명 이동은 2004시즌 때와 함께 역대 최다 타이였다.

2015시즌을 앞둔 FA 시장이 ‘폭풍전야’ 속이다. 어쩌면 역대 최다 이동 기록을 갈아치울지도 모른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금은 조용하지만 27일 새벽이 되면 엄청나게 시끄러워지지 않겠나”라며 자조섞인 웃음을 지었다. 대상은 19명, 이제 이틀 남았다. 원 소속구단들의 본격적인 ‘붙잡기 베팅’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