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계를 관장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고위간부 7명이 비리를 저질러 ‘부패의 온상’으로 비판 받고 있다. 1904년 FIFA가 창립한 이후 111년만의 최대 위기다.

FIFA가 오명을 쓸 처지가 된 것은 축구가 세계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오가는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FIFA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 TV 중계권과 각종 마케팅권 판매로 57억 달러(약 6조3000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현금보유고도 15억 달러(1조6500억원) 이상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FIFA는 스위스 취리히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 있어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5선에 도전하는 제프 블래터(79) 회장의 1인 체제 아래 FIFA의 폐쇄성이 개선되지 않은 점도 부패 의혹을 확산시켰다.

이와 관련해 FIFA 고위직 7명을 체포한 스위스 법무부 관계자는 “FIFA의 부패가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곳곳에 만연돼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블래터 회장이 이번 수사를 계기로 FIFA의 비리를 없애고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지만 블래터 스스로 ‘부패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상황이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FIFA는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뇌물수수 논란이 불거진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은 예정대로 각각 러시아와 카타르에서 열릴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수사의 진행 상황에 따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실제 미국 수사기관에 의해 러시아와 카타르, FIFA 고위직이 뇌물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부패 탓에 흔들리는 FIFA가 언제까지 현재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FIFA는 이번 수사와 상관없이 29일로 예정된 회장선거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블래터 회장이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이대로 선거를 강행할 경우 현직 FIFA 회장이 조사를 받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선거 연기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에도 블래터 회장이 당초 예상처럼 무난하게 5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블래터에 대한 지지가 약화되면서 도전자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가 반사이득을 볼 수도 있다.

최대 위기를 맞은 FIFA가 내부 개혁을 통해 부패의 온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지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