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관한 재판에 안 전 지사 부인 민주원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고소인인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새벽 4시에 부부 침실에 들어오기도 했다” “그때 왜 올라왔는지 물어보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진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추행 혐의에 관한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엔 안 전 지사 부인 민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정 이목은 민씨의 증언에 집중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날 흰 셔츠를 입고 굳은 표정으로 법정 증인석에 앉은 민씨는 안 전 지사와의 관계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부인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민씨는 “당시는 8월 18~19일 1박2일 일정으로 주한중국대사 부부를 휴양지인 충남 상화원으로 초청해 만찬을 마치고 숙소 침실에서 잠든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2층짜리 숙소 건물은 1, 2층이 나무계단으로 연결됐고 1층에 김씨 방, 2층에 안 전 지사 부부 방이 있었다고 한다. 2층에는 옥상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별도로 있는 구조였다.

민씨는 “새벽에 복도에서 '삐걱삐걱’ 소리가 나 잠이 깼다”면서 “이후 방문이 살그머니 열리더니 (김지은씨가) 들어와 침대 발치에 서서 내려보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민씨는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어 불안하고 불쾌했지만 일방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때 왜 올라왔는지 물어보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전부터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김씨가 남편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겠다 싶어 불안했다”며 김씨 측이 방에 들어간 적이 없고 방문 앞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문 밖에 있었다면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 측 반대신문에서 “어떻게 김씨인 것을 알았냐”는 질문에 민씨는 “체형이나 머리 스타일이 김씨와 같았고 안 전 지사가 왜 올라왔느냐고 물었을 때 답한 목소리로도 알 수 있었다”고 답했다. 민씨는 “(김씨임을) 확신할 수 있다”고 했다.

민씨는 증언 중에 여러 차례 “그날 김씨에게 왜 침실에 올라왔는지 물어보지 않았는지 후회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한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안 전 지사를 의심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민씨의 증언에 대해 김씨를 돕고 있는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대책위 측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상화원에 함께 갔던 다른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보낸 문자를 자신의 수행용 휴대전화로 수신했다” 이에 “상화원에 숙박하던 그 다른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보낼 '옥상에서 2차 기대할게요’ 라는 문자를 김씨에게 잘못 보냈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염려된 김씨가 옥상으로 올라가는 쪽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방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심리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해 공판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평판 등이 악의적으로 보도되는 것 등에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면서 “(수행비서가 해야 할 일인) 숙박 예약마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했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소송지휘권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 측 변호인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사안의 쟁점과 어긋난 자극적인 보도가 많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그 범위를 넘어서 피해자의 성향 등을 공격하는 것은 자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