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선두를 질주중인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에겐 별 걱정이 없을 것 같은 시즌처럼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2018~2019 시즌에 라건아를 영입하고 문태종·오용준까지 데려와 탄탄한 선수단을 꾸렸다. 더블스쿼드가 가능한 선수층을 앞세운 현대모비스는 시즌 초반부터 큰 위기 없이 순항하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1일 고양 오리온전을 앞두고 만난 유재학 감독은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당초 기대보다는 괜찮은 시즌”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농구계에서는 최근 라건아가 수비에서 태만하다는 말들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유 감독도 이런 말들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친정 현대모비스로 돌아온 라건아는 변함없이 팀의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다. 다만 수비력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경기가 많았다. 상대 장신 외국인선수와의 일대일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태도를 종종 보였다. 올 시즌을 누비는 다른팀의 장신 외국인선수들이 가장 좋은 개인 기록을 세울 때가 현대모비스전인 경우가 꽤 있었다.

유재학 감독도 인정했다. “건아가 수비를 설렁설렁하게 했던 적이 있었다. 팀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조동현 코치를 통해 얘기를 했다.” 유 감독은 “삼성 시절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본인은 열심히 달렸는데 동료들의 패스가 잘 들어오지 않을 경우 짜증이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라건아의 경기력이 특히 관심을 모았다. 오리온이 지난 1라운드에서 현대모비스전에 29점 차로 완패했을 때 라건아에게 크게 당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오늘은 대릴 먼로가 라건아와 제대로 맞붙을 것”이라며 기대했다.

라건아는 어느때보다 부지런했다. 먼로와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했고, 속공 상황에서는 예외없이 내달렸다. 중거리슛도 과감하게 쐈다. 전반을 14점·5리바운드로 활약한 라건아는 후반전에도 부지런히 뛰었다. 3쿼터 종료 14초 전에는 빠르게 내달려 섀넌 쇼터의 공중 패스를 받아 앨리웁 덩크로 꽂아넣었다.

4쿼터에도 막판 오리온이 추격해올때 귀중한 리바운드를 잡아 이대성의 속공으로 연결되는 패스를 하는 등 공수에서 나무랄데 없는 플레이를 했다. 라건아는 26점·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라건아의 전방위 활약을 앞세운 현대모비스는 오리온을 93-82로 꺾고 5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오리온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팀을 떠나는 제쿠안 루이스가 27점, 먼로도 20점을 보탰으나 리바운드에서 27-39로 절대 열세를 보이며 연승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