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과 불법 댓글공작을 벌였단 의혹으로 징역 5년을 구형받은 김경수 경남지사(51)가 “드루킹측이 내 선의를 악용해 조직장악에 활용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경수 지사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 같은 적극적인 온라인 지지 모임에 정치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가지고 성실하게 대했던 것”고 말했다. 그는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대할 것 같다. 이는 정치인의 숙명이다.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게 잘못이라면 그에 대해선 정치적 책임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댓글 사건이 국가적 문제가 됐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 같은) 사람이 겨우 두세번 만난 사람과 불법을 공모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경수 지사는 또한 “‘드루킹’ 김동원씨와 경공모 일부 회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기엔 인사 추천을 비롯한 그들의 요구가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인사 추천이 무산된 데에 불만을 품고 비정상적으로 반발한 온라인 지지자들의 일탈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수 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까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선거에 관한 도움을 받았단 의혹도 반박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그는 “전혀 사실과 다르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마지막까지도 출마를 어떻게든 피하려고 노력했고, 내가 출마를 결심했던 3월말에는 이미 후보 3분이 나와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이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선거가 대선이 끝이 아니다’ ‘대선이 끝나도 문재인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해 주셔야 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내 선거를 도와달라는 이야기가 됐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허익범 특별검사는 김 지사의 결심 공판에서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49) 등과 공모해 불법 댓글 작업을 했단 의혹에 대해 업무방해·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과 2년을 각각 구형했다. 특검은 “유력 정치인이 선거지원을 명목으로 접근한 사조직과 접촉하고, 댓글조작 행위에 가담해 정치적 민의 왜곡에 동참하고 개인 요구에 부합해 외교관직을 제안한 사안”이라며 “피고인은 선거를 위해서라면 불법 행위를 하는 사조직을 동원할 수 있고, 공직을 거래 대상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일탈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이 2016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83개에 달린 댓글 118만8866개의 공감·비공감 8840만1224회를 조작하는 활동을 벌인 데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경공모 근거지인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아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보고 댓글조작을 승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김경수 지사는 지난해 대선 후 김동원씨 일당에게 올해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조작을 해주는 대가로 경공모 핵심회원인 도모 변호사(61)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선고는 내년 1월25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