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이번엔 13억 인도인이다.
오리온이 ‘미지’의 초거대 시장인 인도에 본격 진출한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일으키고 있는 글로벌 기업, 오리온의 4번째 도전이다.
오리온은 지난 20일 글로벌 제과 제조기업 ‘만 벤처스’와 손잡고 인도 북부 라자스탄주에 생산공장을 착공했다고 21일 밝혔다.
만 벤처스는 립톤 티를 비롯해 오레오 스낵과 몬델레즈 초콜릿 등 글로벌 식품회사들의 제품 제조를 맡고 있는 대형 제조사로 오리온은 총 3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가 보유한 약 1만7000㎡(약 5100평) 규모의 부지에 새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2020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왼쪽)과 숙비르 씽 만 만 벤처스 회장이 지난 20일 인도 하얏트 마네사르 호텔에서 인도 생산 공장 착공 기념식을 갖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리온 제공
오리온에 따르면 인도 제과 시장은 연 11조원 규모로 향후 5년간 10% 이상의 연 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억에 달하는 인구와 넓은 국토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 받으며 업계에서는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 받고 있다. 오리온은 인도 시장의 경우, 소규모 소매점을 중심으로 한 전통채널(TT채널)의 비중이 높아 제조사로서 중간 유통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역시 TT채널의 비중이 높았던 중국에서의 성공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오리온은 앞서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중국시장의 경우 지난 1997년 일찌감치 베이징 현지공장에서 ‘하오리여우(초코파이)’를 생산하는 등 지속적인 현지화 전략을 이어온 결과 오리온의 지난해 중국 내 매출은 전체 매출의 48%에 달하는 9330억원에 달했다. 국내 매출(35.9%)보다 10%이상 높은 비중이다.
오리온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지난 1997년 중국 베이징 공장에서 생산한 초코파이에 중국명인 ‘하오리여우’를 적용, 현지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하오리여우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대표적인 파이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리온 제공
오리온은 “인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만 벤처스가 보유한 제조 역량과 오리온의 제품관리·영업 노하우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계약생산 방식’을 결정했다”며 “생산은 만 벤처스가 전담하고 오리온은 영업·마케팅·제품관리 등 생산을 제외한 전 과정을 관할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리온은 지난해 10월 인도 현지 법인인 ‘오리온 뉴트리셔널스’를 설립하고 위탁 생산사로 만 벤처스를 선정하는 등 인도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다음 달에는 글로벌 제과 회사 출신 현지 영업 전문가를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새롭게 영입해 인도 법인 운영을 본격화한다는 계획. 초기에는 평소 군것질을 즐기는 인도인들의 입맛에 맞춰 초코파이와 스낵, 비스킷 등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이번 생산공장 착공으로 오랫동안 준비한 인도 시장 진출의 첫 삽을 뜨게 됐다”며 “해외 첫 진출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장 확장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