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별명이 ‘검객’이었던 노찬엽 LG 타격코치는 새 타법을 습득하는 작업을 금연에 비유했다. “담배도 끊으려면 단번에 끊어야한다. 미적미적 하다가는 결국엔 또 담배를 들게 된다. 타법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금연 성공 여부도 결국에는 개인 의지에 달려있다. 전자담배나 금연초 등 대체 수단에 기대다 보면 금연은 실패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지난 22일 끝난 시범경기에서는 LG 타자들의 타법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른바 베테랑 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 타자들이 달라진 타법으로 시즌을 맞고 있다. 개인별 타법의 미세한 차이를 그저 한 묶음으로 설명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다만 노 코치는 “대체로 ‘뒤’가 작아지고 ‘앞’이 커졌다”고 했다.

실제 오지환과 최승준, 김용의는 공통적으로 테이크백이 무척 간결해졌다. 반대로 팔로스루는 커졌다. 이른바 임팩트까지 준비 동작이 줄면서 공 보는 데 여유가 생겼다. 최승준은 시범경기 43타석에서 볼넷을 9개나 골라내는 선구안을 보였다.

이들이 새 타법에 완벽히 적응할지 여부는 정규시즌을 어느 정도 치러야 최종 확인될 전망이지만, 지금까지는 무척 순조롭다.

노 코치는 그들의 기술보다 마음을 얘기했다. “선수들이 먼저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 때 나와 만났다”고 했다. 이들은 금연하듯 과거 습관을 싹둑 잘라냈고, 그 공간에 새 것을 받아들였다. 이른바 선수들의 절박함이 새 기술을 받아들이는 스펀지 기능을 했다는 설명이었다.

대부분 선수들은 겨우내 변화를 추구한다. 그러나 변화의 길에 들어서 종착역까지 성공적으로 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그대로 갈지, 바꿔야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터에 새 것이 자리잡을 틈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변신 성공 사례의 공통점에는 당사자의 절박함이란 공통 분모가 있다.

지난해 멋지게 부활한 삼성 이승엽 또한 그 마음으로, 숱한 성공 역사를 만든 과거 타법과 과감히 작별하고 새 타법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빠른 반응을 위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방망이를 뒤로 누인 이승엽은 타율 3할8리에 32홈런 101타점이라는 복귀 이후 최고 성적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겨울, 변화를 위해 달린 타자들이 LG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게다. 해가 진 뒤에도 훈련을 멈추지 않고 변화를 갈구하는 사이 체중이 쭉 빠진 한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파워와 스태미너 증진을 위해 훈련을 하면서도 몸을 키운 두산 타자들도 있다.

이들의 성공 여부는 결국 자신의 의지를 훈련 내용에 얼마나 담아냈는지, 그에 따라 갈릴 게 자명하다. 누군가의 담배를 끊는 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