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열린다는 자부심이 있죠. 좋은 점만 많이 봤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이역 만리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전재수(49) 감독의 머리 속은 여전히 한국 생각 뿐이다.

지난 6일 강릉선수촌 미디어 투어 도중 만난 전 감독은 “평소 국제대회 같은 곳에서 한국팀을 만나곤 한다. 몇몇 지도자들과 만나 시간을 많이 나눌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훈 강릉선수촌장과 함께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끌었던 전 감독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 은메달 2개와 동메달 4개를 안겼다. 이후 세대교체 과정에서 고참 선수들과의 불화로 팀을 떠나야 했던 전 감독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헝가리 쇼트트랙 대표팀의 요청을 받고 코치로 부임해 헝가리 선수들을 조련했다. 그 동안 동계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던 헝가리는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이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 감독은 헝가리 대표팀 외에도 호주 대표팀과 미국 대표팀 일부 선수들을 같이 지도하고 있다.

전 감독은 “경기에 100% 전념하게 된다. 올림픽을 하면서 떨리는 부분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내가 지도자와 코치를 너무 사랑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전 감독은 메달 전망에 대해서는 “한국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금메달은 힘들지 몰라도, 실력대로 한다면 (색깔에 상관없이) 메달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만약 한국 선수들을 이겨도 보람은 느끼겠지만, 통쾌한 마음이 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지도하는 선수들이 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한국 쇼트트랙 지도자들을 외국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 감독을 비롯해 2012년부터 영국 대표팀에서 엘리스 크리스티를 지도한 이승재 코치, 이번 대회에서 복병으로 꼽히는 카자흐스탄 대표팀의 윤승남 코치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대표팀을 맡고 있는 전이경 코치도 있다.

전 감독은 “이제는 모든 팀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똑같다. 그걸 어떻게 선수들과 융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지도자가 외국에 나가서 잘한다면 그게 곧 국위선양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 감독은 연맹 차원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지도자들을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롯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감독은 “캐나다와 중국은 연맹이 직접 나서서 지도자들을 해외로 수출하려고 한다”며 “한국도 이제는 그렇게 해서 후배들이 보다 더 많은 지도자 경험을 쌓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뼈 있는 조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