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기던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아시아의 별’이 된 김민석(19·성남시청)은 한국 빙속 중거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다. 중·장거리의 간판 스타 이승훈(30·대한항공)도 김민석에 대해 “1500m 종목은 (김)민석이의 적수가 없을 정도”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김민석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빙상에 입문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면서 재능을 확인했다.
　2014년 15세 때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6년 창춘 주니어세계선수권 1500m에서 우승해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같은 해 릴레함메르 유스올림픽 이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니어 무대가 좁았던 김민석은 성인 무대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지난해 2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성인 무대에 데뷔해 세계적인 선수들에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김민석은 당시 남자 1500m에서 1분46초05로 5위에 올랐는데, 동메달을 따낸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와 비교해 단 0.55초가 늦은 기록이었다. 김민석은 같은 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1500m와 팀추월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김민석은 기대를 모았지만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히지는 않았다. 중거리로 분류되는 1500m에서 아시아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월드컵 시리즈를 처음 치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첫 월드컵에선 팀추월 금메달을 따고, 1500m 4위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이후 열린 북미 지역 월드컵 대회에서는 부진했다.
　김민석은 1500m에 맞춘 체중 관리로 승부를 걸었다. 단거리에선 체중을 늘린 만큼 속도가 올라간다. 당초 그는 장거리인 5000m를 병행하기 위해 약 7kg을 뺐지만,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오히려 3kg을 늘렸다. 속도가 붙으니 자신감도 절로 생겼다. 김민석은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대결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국민적인 응원을 받게 되니 올림픽이라도 부담이 덜하다”며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했던 그는 막판까지 놀라운 주행으로 기세를 올렸다. 자신의 최고기록 1분43초13에 미치지 못했지만 혼신의 레이스로 라이벌들을 압도했다. 김민석은 중간 순위 3위에 오른 채 남은 세 조의 경기를 지켜본 뒤 동메달이 확정되자 손을 번쩍 들며 기쁨을 누렸다.
　김민석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기다렸다”며 “300m부터 기록을 끌어올리고, 700m는 버티는 전략이 통했다. 우리 국민들의 함성소리를 듣고 큰 힘을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