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 ‘영미’는 친구 따라 컬링을 시작했다. 그의 이름을 그렇게 우렁차게 외치는 친구 은정의 권유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톤을 함께 잡았다. 영미 동생 경애는 그런 언니의 모습을 보고 컬링을 시작했다. 경애는 친한 친구 선영이를 얼음판으로 데려왔다. 경북 의성에 문을 연 컬링장에서 10대의 김씨 소녀들은 함께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친구와 언니 동생으로 함께 모인 4명의 김가네 패밀리가 10여년이 흐른 뒤 세계 정상을 눈앞에 뒀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팀 킴(team Kim) 김은정·김영미·김경애·김선영’은 거친 자갈길을 함께 걸어왔다. 비인기 종목으로 저변이 약하고 지원이 풍족하지 않은 환경의 어려움과 부딪혀왔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함께했다.

2014 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밀리면서 겪은 좌절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련이었다. 이들은 약점을 더 보완하고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힘을 썼다. 시간이 날 때면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했다. 수상 인명구조 자격증을 같이 딴 것은 신체적 강인함을 기르고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자는 뜻이었다. 좋아하는 컬링을 더 잘해보자는 의지를 멈추지 않았다.

몸과 마음을 단련해온 컬링 자매들의 의기투합은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승승장구했다. 23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예선에서 유일한 패배를 안긴 일본을 연장 접전 끝에 8-7로 물리쳤다. 결승에 오른 한국은 이제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새 역사 창조에 나선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처음 참가해 8위에 머문 한국 여자 컬링은 불과 4년 만에 세계 정상 바로 앞까지 왔다.

마지막 한 고비가 남았다. 결승 상대 스웨덴은 예선에서 7승2패로 한국에 이어 2위로 올라온 팀이다. 세계랭킹 5위로 이번 대회 예선 초반 5연승을 질주하는 등 상승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한국이 지난 20일 열린 예선 6차전에서 7-6으로 이겨 연승을 잠재웠다. 거센 상대의 기세를 물리친 자신감이 큰 무기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냉철해야 한다. 섬세한 샷 하나로 점수가 갈리기에 평정심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전 마지막 냉철한 회심의 샷이 나온다면 승산이 높다.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정신을 집중해왔다. 심리 안정을 위해 미리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

김민정 감독은 “우리는 10년간 담금질해온 팀이다. 살아 있는 눈빛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팀 킴’은 김민정 감독의 아버지로 팀의 정신적 지주인 김경두 경북컬링협회 부회장이 남긴 말을 실천하려 한다.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팀 킴이 이젠 마지막 한판 승부만 남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