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17·대한항공)은 믹스드존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고 있었다. 눈가가 빨개진 채 “성적으로 보답 못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신유빈은 대회 내내 화제였다. 어릴 때부터 ‘탁구 신동’으로 주목 받으며 TV 예능 프로그램 여기저기에 나섰다. 많은 팬들이 “아, 그때 그 신동”이라는 기억을 떠올렸다.

첫 출전 올림픽이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탁구를 보여줬다. 전 세계 탁구가 중국 출신 선수들로 채워진 가운데 신유빈은 올림픽에서 다양한 ‘강호의 고수’들과 만나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는 어린 주인공을 떠올리게 했다. 개인 16강에서 58세의 노장 니시아리안(룩셈부르크)과 팽팽한 승부를 벌이며 성장했고, 단체 8강에서도 독일의 베테랑 한잉(38)의 색다른 스타일에 맞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더 나은 탁구를 했다.

그런데도, 신유빈은 3일 2020 도쿄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8강 독일전을 2-3으로 패한 뒤 인터뷰에서 모든 질문에 “성적으로 보답 못해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부족한 것 많이 느낀 대회였다. 제가 단식에서 이겼어야 했는데”라며 “성적으로 보답 못해 죄송하다”고 했고, 팔꿈치 상처는 괜찮냐는 질문에도 “상처는 별 것 아니다. 제가 마무리 못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첫 올림픽 경험에 대한 질문에도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 때문에 조금 더 책임감이 느꼈는데, 마지막에 져서, 성적으로 보답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신유빈 덕분에 한국에서 탁구 인기가 높아졌다는 질문에도 “그렇게 많이 좋아해주셨는데, 성적으로 보답 못해 죄송하다”고 했고, 부모님께 어떤 얘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지금까지 많이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셨는데, 성적으로 보답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부족한 게 너무 많아서, 한국 돌아가서 이 경험으로 부족한 거 잘 채워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모범생’이자 ‘우등생’. 학교에 한 두명씩 꼭 있었다. “한 개 틀려서 미안한” 친구들. 신유빈은 완벽을 노리는 ‘모범 탁구선수’다. 올림픽을 위해 출국할 때도 코로나19를 완벽 예방하기 위해 온 몸에 ‘방호복’을 둘렀다. 다음 번엔 ‘100점’을 맞을지도 모른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도 ‘탁구 신동’이었는데 17세때 출전한 첫 올림픽(2000년 시드니)에서는 단식 1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다음 대회였던 2004 아테네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