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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 ‘아버지를 넘어’ 레전드가 돼가는 덴마크 골키퍼 슈마이켈

“컨디션이 좋을 때, 그는 아마 세계 최고의 골키퍼일 것이다.”

아게 하레이데 덴마크 감독의 격찬을 받은 주인공은 덴마크의 주전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32·레스터시티)이다. 페루를 상대로 선보인 그의 선방쇼는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나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세계 최고 골키퍼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덴마크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오른쪽)이 17일 러시아 사란스크의 몰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페루와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세이브 한 뒤 팀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사란스크 | AP연합뉴스

덴마크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오른쪽)이 17일 러시아 사란스크의 몰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페루와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세이브 한 뒤 팀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사란스크 | AP연합뉴스

덴마크는 17일 러시아 사란스크의 몰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페루와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고 기분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날 결승골을 넣은 요세프 풀센(라이프치히)의 활약도 좋았지만, 승리의 주역은 페루의 파상공세를 홀로 막아낸 골키퍼 슈마이켈이었다. 슈마이켈은 이날 페루가 날린 유효슈팅 6개를 전부 선방해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후반 15분 페루 공격수 에디손 플로레스가 날린 슈팅을 막아내는 장면은 이날 경기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공을 잡은 플로레스가 1대1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회심의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슈마이켈이 동물과 같은 반사신경으로 왼팔을 쭉 뻗어 막아냈다. 경기 종료 7분을 남기고는 헤페르손 파르판이 노마크에서 날린 슈팅을 발로 막아내며 다시 한 번 위기를 넘겼다.

슈마이켈은 늘 아버지의 후광에 가려져왔다. 그의 아버지는 1990년대 세계 최고 골키퍼로 명성을 날렸던 피터 슈마이켈이다. 유로 1992에서 덴마크에 우승을 안겼고,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1998~1999시즌 트레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2004년 만 18세 나이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슈마이켈은 아버지의 뒤를 잇는 명골키퍼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맨시티에서 주전으로 거듭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여러 팀으로 임대를 떠나며 의도치 않은 저니맨 생활을 해야했다.

그렇게 끝나는 것처럼 보였던 슈마이켈의 축구 인생은 2011년 레스터시티로 이적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전 골키퍼로 안착하며 조금씩 실력을 과시하기 시작했고, 2015~2016시즌에는 레스터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견인하면서 절정에 올랐다.

이날 페루전으로 슈마이켈은 아버지가 보유한 2개의 기록을 넘어섰다. A매치 5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아버지의 4경기 기록을 깼고, A매치 최장시간 무실점 기록도 534분으로 늘려 역시 아버지의 470분 기록을 갈아치웠다.

덴마크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오른 8강이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이다. 아버지가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때다. 이제 슈마이켈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덴마크에 없어서는 안 될 기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