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전설은 살아 있다.’

제21회 농심신라면배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전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바둑의 전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연승가도를 달려 바둑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제2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국내선발전 5라운드에서 이창호 9단이 21세 신예 심재익 3단을 꺾고 B조 4강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 두 판만 더 이기면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이창호 9단은 한때 ‘농심배 수호신’으로 불렸다. 8번의 한국 우승이 그의 손에서 결정됐고, 1~6회 대회 14연승을 비롯해 본선에서 19승3패를 기록했다. 특히 2005년에 열린 6회 대회 때는 마지막 선수로 나가 뤄시허·장쉬·왕레이·왕밍완·왕시 등 당시 중·일 최강자 5명을 연파하며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이것이 지금도 바둑팬들 사이에 회자되는 ‘상하이대첩’이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농심배 수호신’도 13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더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의 쇠락과 함께 농심신라면배의 전체 주도권도 중국에 넘어갔다. 이창호 9단 없이 벌인 7차례의 농심신라면배에서 한국은 단 두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반면 중국은 4연패를 포함해 모두 5차례 정상을 차지했다.

당연히 ‘농심배 수호신’의 귀환이 절실한 상황. 이를 알기라도 한 듯, 8년 만에 농심신라면배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전진하는 이창호 9단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다. 4라운드에서는 랭킹4위 김지석 9단을 돌려세웠다.

44세로 현재까지 살아남은 선수들 중 가장 연장자인 이창호 9단의 다음 상대는 이현준 2단이다. 지난 3월 치러진 용성전 예선에서 이창호 9단이 승리한 적 있는 선수다. 하지만 8강전에서 박영훈 9단을 꺾은 이현준 2단의 기세가 녹록하지 않은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이창호 9단이 이현준 2단을 꺾으면 대망의 본선행 티켓을 놓고 신민준 9단 vs 원성진 9단의 승자와 최후의 결전을 치른다.

이세돌 9단도 대회 5라운드에서 김대용 6단을 꺾고 A조 4강 무대를 밟았다. 그의 다음 상대는 한상훈 8단이다. 한8단은 2008년 제12회 LG배에서 이세돌과 결승전을 벌였던 화제의 선수다. 초단으로 단박에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해 바둑계가 떠들썩했다. 당시 이세돌 9단은 결승1국을 내줬지만 결승2·3국을 가져오며 역전우승했다. 통산 상대전적에서도 이9단이 4승2패로 앞서 있다.

전기 대표이기도 한 이세돌 9단은 2연속 선발전 통과와 함께 6번째 태극마크를 노린다. 그동안의 본선 성적은 7승4패. 첫 출전한 10회 대회 때는 마무리 2연승으로 우승을 결정짓기도 했다.

한편 ‘양이(兩李)’ 외에 선발전 5라운드에서는 이동훈 ·신민준·최철한·원성진·이지현 9단, 박승화 8단, 박하민 6단 등이 승리를 거두고 한 계단씩 더 올라섰다. 박정환 9단 vs 박건호 4단의 대결은 연기됐다.

‘바둑 삼국지’로 불리는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에서 5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패권을 다투는 국가대항전이다. 한국대표는 선발전으로 3명을 뽑고, 나머지 2명은 랭킹시드(신진서 9단)와 와일드카드(선발전 종료 후 발표)로 채운다. 선발전 6회전은 18일 속행되며, 본선은 10월15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