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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동안 ‘제자리걸음’···한일전 ‘데칼코마니’ 패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조규성(가운데)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EAFF E-1 챔피언십 일본과의 3차전 경기에서 일본 선수들의 압박을 뚫고 드리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조규성(가운데)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EAFF E-1 챔피언십 일본과의 3차전 경기에서 일본 선수들의 압박을 뚫고 드리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1년 4개월 전의 악몽이 되살아난 하루였다. 지난 27일 한국의 한일전 패배는 지난해 3월 일본과의 친선전에서의 패배 양상과 꼭 닮아 있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한 쉐도우복싱에 완전히 실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0-3으로 졌다. 2019년 대회 우승팀이었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승1패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3전 전승을 기록한 일본에 ‘챔피언’ 타이틀을 넘겨줬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3월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졌다. ‘요코하마 참사’라고도 불리는 처참한 패배였다. 벤투 감독은 지난 24일 홍콩과의 2차전 경기를 마무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최종전인 일본과의 경기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각 팀이 놓인 상황을 생각하면 지난해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답한 바 있다.

벤투 감독의 ‘쿨’한 답변이 무색하게, 27일 한일전은 ‘요코하마 참사’의 악령이 되살아난 듯한 흐름으로 진행됐다. 후반 4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후지타가 문전으로 찍어올린 패스에 한국의 수비벽에 균열이 생겼다. 페널티 박스 안에 권경원과 김문환, 조유민, 박지수 등 한국 선수가 4명이나 있었지만 일본의 기습적인 뒷공간 침투에 대응하지 못했다. 김문환이 뒤늦게 달려들었으나 소마의 헤더슛이 더 빨랐다.

후반 18분에는 일본의 코너킥 찬스에서 사사키 쇼의 헤더슛에 다시 한 번 골문이 뚫렸다. 복잡한 세트플레이도 아니었고, 코너킥을 그대로 머리로 받아치는 사사키 쇼 앞에 한국 수비수가 3명이나 포진하고 있었다. 느린 수비 반응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9분 뒤에는 뒷공간을 파고드는 후지타와 소마의 연계 플레이에 또다시 뒷공간을 그대로 허용했다.

이와 같은 실점은 지난해 3월 한일전과 그 양상이 비슷하다. 당시 경기에서는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부터 기습적인 침투패스를 받은 야마네 미키가 빠르게 쇄도해 한국의 골대에 선제골을 꽂아넣었다. 일본의 공격 경로에 나상호와 김영권, 홍철, 박지수가 포진해 있었지만 당시 A매치 첫 출전이었던 야마네 미키의 단독 돌파를 막아내지 못했다.

가마다 다이치의 역습 공격에 두 번째 골을 허용한 한국은 경기 종료를 8분 남겨놓고 일본의 코너킥 세트피스에 다시 한 번 무너졌다. 왼쪽 코너킥에서 엔도 야스히토의 헤더슛으로 직선적인 공격이 이어지는 동안 한국 수비진은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못했다.

침투 패스에 곧바로 무너지는 뒷공간 수비와 세트피스 공격 상황에서의 집중력 부재는 모두 1년 4개월 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똑같이 노출됐던 허점이다. 당시와 비슷한 실점을 답습하면서 한국은 긴 시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벤투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90분 동안 한국보다 잘 뛰었고, 타당한 승자다. 일본이 잘했다. 일본의 플레이가 놀랍지 않았다”고 경기를 평가했다. 벤투 감독은 “오늘 경기를 잘 분석해서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준비를 잘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벤투호는 16개월 동안 이룩하지 못한 발전을 4개월 남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