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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이후 KIA 최초에 도전···타격 되는 박찬호, 날개 하나 더 달았다

이종범 이후 KIA 최초에 도전···타격 되는 박찬호, 날개 하나 더 달았다

박찬호(27·KIA)는 2019년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뛰면서 131안타를 쳐 타율 0.260을 기록했다. 수비력이 뛰어난 신예였던 박찬호가 타격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준 그 시즌, KIA를 더 설레게 했던 것은 도루왕을 차지한 빠른 발 때문이었다. 그해 박찬호는 39도루를 기록해 2012년 이용규 이후 7년 만에 KIA 출신 도루왕이 됐다.

이후 2년간 바닥을 찍은 박찬호는 올시즌 데뷔후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5일까지 타율이 0.289로 2019년 성적을 훌쩍 뛰어넘어 수비만 잘 하고 타격은 안 되는 반쪽 내야수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있다. 출루율(0.361)과 장타율(0.371)도 2019년과 비교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데뷔 9년차에 ‘커리어하이’를 찍고 있는 박찬호가 또 하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3년 만에 도루왕 재등극을 가시권에 뒀다.

박찬호는 5일까지 33도루로 1위 김혜성(키움·34개)에 불과 1개 차 뒤져 있다. 공교롭게 김혜성이 손가락 골절로 지난 5일 엔트리에서 제외돼 사실상 시즌을 마감하면서 박찬호의 도루왕 등극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 현재 3위 김지찬(삼성·23개)과는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다.

박찬호의 도루왕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라이벌’이던 김혜성의 부상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상승세가 매우 가파르다.

전반기를 마칠 때만 해도 박찬호는 17도루로 4위였다. 이미 29도루로 크게 앞서가던 김혜성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박찬호가 압도적인 도루왕이다. 후반기 치른 35경기에서 16개를 기록했다. 실패는 단 1차례, 거의 2경기 당 1개꼴로 베이스를 훔쳤다. 이 기간 타율이 0.326이고 출루율이 0.417다. 삼성 피렐라(0.429)와 키움 푸이그(0.425)에 이어 후반기 출루율 3위다. 김혜성도 후반기 타율 0.352로 고공행진을 펼쳤으나 도루는 6차례밖에 시도하지 않아 5개를 보태는 데 그치며 적극적으로 뛰는 박찬호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박찬호는 올시즌 내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도루왕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 때문이었다.

2002년 도루왕 출신인 김종국 감독은 올시즌 지휘봉을 잡은 뒤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강조했다. 중심타자 나성범을 영입했지만 단숨에 해결되지는 않는 장타의 약점을 발과 작전으로 메우고자 한다.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사이 KIA에서 가장 많이 뛴 타자가 최원준(75개), 로저 버나디나(64개), 박찬호(63개)다. 최원준이 군대에 있어 현재 KIA에 ‘뛰는 타자’는 박찬호밖에 남지 않았다. 빠른 신인 김도영이 자리잡기까지는 김종국 감독의 야구 성패는 사실상 박찬호가 쥐었다. 주전으로 뛰면서도 보여준 것이 없어 위태로웠던 박찬호는 올해 사활을 걸었다.

출루율이 관건인데 경기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좋아지던 타격이 후반기에 완전히 터지자 발 야구도 터지고 있다. 전반기에 박찬호의 타율은 0.268이었다. 그래도 출루하면 적극적으로 뛰었다. 출루율이 0.330으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도루는 23차례 시도해 6번 실패했다. 후반기 박찬호는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계속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타격이 되는 후반기, 날개를 단 듯 도루 성공률까지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이종범(1994·1996·1997·2003년) 이후로, KIA에서 도루왕을 2차례 차지한 타자는 없었다. 도루왕이 애초에 목표는 아니었던 박찬호에게도 남은 경기에서 더 잘 뛰고 싶은 이유가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