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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줄부상 ‘피치클록’ 때문? 내년 도입 KBO는 어떻게 바라보나


뉴욕양키스 게릿 콜. 게티이미지

뉴욕양키스 게릿 콜. 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MLB) 투수 게릿 콜(뉴욕양키스), 로비 레이(샌프란시스코), 셰인 비버(클리블랜드)는 2024시즌 들어 단 1경기도 나서지지 못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명예의전당 헌액을 예약한 저스틴 벌랜더(휴스턴)는 어깨 부상 여파로 지난 19일에야 첫 등판을 했다. 이들은 지난 4년간 사이영상 수상자들로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 투수들이다.

이들뿐 아니다. 지난해 281삼진을 잡은 스펜서 스트라이더(애틀랜타)가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루카스 지울리토(보스턴), 유리 페레스(마이애미), 조나단 로아이시가(뉴욕양키스)도 같은 부위 선발로 올 시즌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타석에서 활약으로 간과하고 있지만,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 역시 투수 복귀는 빨라야 내년에나 가능하다. 그 역시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줄 잇는 부상에 불똥을 맞은 건 지난시즌부터 MLB에 도입된 ‘피치클록’이다. 무리하게 투구 시간을 줄이는 바람에 투수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부상으로 이어진다며 여러 선수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위원장 토니 클락은 최근 성명을 내고 리그가 무리하게 투구 시간을 단축한 것이 투수 부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리그가 이런 변화의 영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선수들에 대한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통산 214승 투수 맥스 셔저(텍사스)가 지난해 피치클록 때문에 투수 부상이 늘었다고 책임을 돌렸고, 통산 425세이브를 거둔 켄리 잰슨(보스턴) 역시 최근 팟캐스트 방송에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15초도 안 되는 시간마다 공을 던져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투수들이 숨 고를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오타니 역시 “부담이 커진 건 확실하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피치클록을 도입하며 주자 없을 때 14초, 주자 있을 때 20초 안에 공을 던지도록 했다. 올해는 주자 있을 때 18초로 시간을 더 줄였다.


애틀랜타 스펜서 스트라이더. 게티이미지

애틀랜타 스펜서 스트라이더. 게티이미지


리그 측도 투수들의 부상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문제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만 피치클록이 부상을 일으킨다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수노조 성명 직후 리그 사무국은 존스홉킨스대학 연구를 인용해 “투구 간격과 부상 사이 상관관계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피치클록이 투수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단정 짓기는 아직 어렵다. 피치클록 도입 이전부터 투수 부상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MLB와 마이너리그를 통틀어 2010년 103건이던 토미 존 수술이 2021년 316건으로 최고치를 찍었고, 2022년 241건으로 다소 줄었다. 피치클록이 도입된 지난해에는 263건을 기록했다. 이른바 ‘구속 혁명’으로 더 빠른 공, 더 회전수 많은 공이 다수 투수들의 지상과제로 떠올랐고 심지어는 10대 선수들까지 구속과 회전수를 올리려 하다 보니 부담이 가중되면서 부상이 늘고 있다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다. 여기에 피치클록까지 영향을 끼쳤는지, 끼쳤다면 어느 정도인지는 현재로서는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내년 시즌 피치클록 도입을 계획 중인 KBO도 MLB에서 진행 중인 논란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A구단 한 투수는 “투구 시간에 쫓기다 보면 자연히 팔에 부담이 가지 않겠느냐”면서 “MLB에도 부상이 계속 나온다는데 투수들 입장에선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B구단 관계자는 “피치클록이 정말 투수 부상과 직결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지금 계획 중인 KBO 피치클록은 훨씬 더 여유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아직 논의가 끝난 건 아니지만, 내년에 피치클록을 적용하면서 주자 없을 때는 18초, 주자 있을 때는 23초 안에 던지도록 한다는 게 KBO의 기본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MLB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고, 관련 자료들도 받아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피치클록과 부상 사이 정말 관계가 있다고 밝혀진 건 없다. 규정 시간도 미국과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MLB가 피치클록을 대대적으로 건드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경기 시간 단축은 리그 존폐의 문제라는 게 MLB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시간을 줄이지 않고서는 리그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시각은 KBO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게티이미지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