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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새 트렌드 외인 사령탑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왼쪽),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 KOVO 제공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왼쪽),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 KOVO 제공

틸리카이넨·오기노
성공사례 입증된 男배구
7팀 중 5팀 다국적 감독
지략대결 새바람 기대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이후 첫 외국인 사령탑은 2010~2011시즌 흥국생명의 반다이라 마모루(일본)였다. 전 시즌에 코치로 어창선 감독을 돕다가, 시즌 도중 물러나자 감독 대행을 맡았고 흥국생명의 17대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2024~2025시즌 V리그에서는 역대로 가장 많은 외국인 감독을 보게 된다. 남자배구(7개 팀)에서 국내 사령탑은 이제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과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만 남았다.

감독 빈자리는 모두 외국인으로 채워졌다. 지난 시즌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현대캐피탈이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9시즌간 팀을 이끌며 V리그 최장수 사령탑이던 최태웅 감독과 결별했다. 이후 필리프 블랑(프랑스) 감독과 다음 시즌을 함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최하위에 머문 KB손해보험도 시즌 뒤 미겔 리베라(스페인) 감독을 선임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선두를 경쟁하다 두 번의 자력 우승 기회에서 패해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놓쳤고, 이후 플레이오프에서도 2연패로 탈락한 우리카드도 신영철 감독과 6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카드는 마우리시오 파에스(브라질) 감독을 영입했다.

여자배구(7개 구단)에서는 지난 시즌 2개 팀이 외국인 감독과 함께했다가 다음 시즌에는 흥국생명을 두 시즌 연속으로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만 남았다.

일단 V리그에 외국인 감독이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야구, 축구 등 타 프로스포츠가 먼저 걸어간 길을 엿보면,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트렌드를 만든 주인공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V리그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인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과 계약한 2020~2021시즌에 구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틸리카이넨 감독 체제로 통합 4연패까지 이었다. OK금융그룹 역시 지난 시즌 ‘봄 배구’로 이끈 오기노 마사지(일본) 감독의 지도력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코트에서 다국적 감독들 간의 지략 대결은 승부에만 몰입돼 있던 V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외국인 감독들은 선수층이 약해 해결사가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했던 ‘몰빵 배구’ 틀을 깨려는 움직임을 많이 보여줘 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국내 지도자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상황을 경계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현장에서는 “지도자 풀이 너무 적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선의의 경쟁 구도를 통해 지금이 국내 지도자의 역량을 끌어올릴 시기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배구인은 “협회나 연맹, 그리고 구단 차원에서 우리 유능한 지도자들이 선진리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