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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갈등 논란 다시 불 지피는 클린스만, 아시안컵 실패 또 이강인·손흥민 다툼 탓…협회는 도대체 뭐하나

지난 1월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이 또 카타르 아시안컵 실패를 선수단 갈등 탓으로 돌렸다. 방송에 나와 직접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과 손흥민(32·토트넘)이 탁구장에서 벌였던 몸싸움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갈등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23일 오스트리아 세르부스TV의 스포츠 토크쇼에 출연해 “파리에서 뛰는 젊은 선수(이강인)가 토트넘의 주장인 나이 많은 선수(손흥민)에게 무례한 언행을 했다”며 “그걸 마음에 담아둔 둘이 물리적인 충돌을 했다. 젊은 선수가 손흥민의 손가락을 탈골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전날 그런 일이 벌어지면서 팀 정신이 사라졌다. 코칭스태프 모두 그런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이튿날도 대화했지만 모두 충격을 받았고, 더 이상 한 팀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64년 만에 대회 우승을 노렸지만,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0-2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특히 전날 이강인과 손흥민이 몸싸움을 벌인 것이 뒤늦게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선의 보도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컸다. 클린스만은 성적 부진, 선수단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지난 2월 경질됐다.

선수단 갈등은 이강인이 손흥민이 있는 영국 런던으로 직접 찾아가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이강인은 홈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2차 예선 경기를 앞두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태국 원정 경기에서는 손흥민의 골을 도우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클린스만 전 감독은 요르단전 패배가 선수단 갈등 탓인 것처럼 말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전술 부재와 선수단 구성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으로 비판받았다.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에서도 내로라하는 구단에서 뛰는 선수들을 데리고도 90분 정규시간 내에 승리를 거둔 경기는 조별리그 첫 경기 바레인전이 유일했다.

반복되는 선수단 갈등 탓은 감독으로서 경력을 다시 이어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토크쇼에는 클린스만 전 감독 밑에서 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낸 안드레아스 헤어초크도 자리를 지켰다. 클린스만은 카타르 아시안컵 4강은 15년 동안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거둔 최고의 결과였다고 자화자찬했다. 억울하게 경질됐다는 뉘앙스가 짙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한국 문화에선 누군가 책임져야 했다. 선수들은 다음 대회에 출전해야 해서 이번엔 감독 차례였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문화는 나이 많은 사람은 틀려도 항상 옳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월드컵 8강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나아가고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선수들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선수들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클린스만 전 감독의 대표팀 관련 폭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독일 유력 매체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대표팀 감독직 수락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건넨 농담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사령탑 체제에서 한국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패한 뒤, 평소 알고 지내던 정 회장에게 “감독을 찾고 있느냐”고 농담을 건넸는데 정 회장이 실제 연락을 해왔다는 것이다. 협회는 다른 감독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정식 절차를 거친 이후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고 설명했지만,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클린스만 감독 재임 중에도 해외 재택근무, 겸업 등을 허용하며 통제하지 못했던 협회는 그가 떠난 뒤에도 그의 제멋대로 행보에 휘둘리고 있다. 현재 행보를 보면 재임 기간 중 있었던 일들에 대한 비밀유지 조항 등을 계약에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감독 한 명 잘못 뽑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새 감독 선임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될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기술 철학도 설명하지 못하면서 현재 시즌 중인 K리그 지도자를 데려올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미 황선홍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홍명보 울산 HD 감독 등 한국 지도자로 결론을 내고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