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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왔다갔다…승리 지킨 ‘팀 퍼스트’

한화 이민우, 순천 할머니 장례식장서 인천행…“피곤해도 민폐되기 싫어”

600㎞ 왔다갔다…승리 지킨 ‘팀 퍼스트’

이민우(31·한화·사진)는 지난 24일 인천 SSG전에서 7-5로 앞선 8회말 등판했다. SSG 타자 3명을 뜬공 1개와 삼진 2개로 처리한 뒤 마무리 주현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한화는 2점 차 승리를 거뒀고, 이민우는 시즌 4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사연이 있는 ‘홀드’다.

이민우는 하루 전인 23일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그는 당일 대전 LG전 종료 후 장례식장이 있는 전남 순천으로 향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아껴주던 할머니에게 마지막 예를 다한 뒤 다음 날 새벽 4시쯤 대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4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인천으로 올라왔다.

대전에서 순천, 순천에서 대전, 대전에서 인천. 이동 거리만 600㎞ 가까이 됐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인데도 이민우는 마운드에 꿋꿋이 올랐다.

그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며 “코치님이 힘들면 던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며 “그래도 등판하지 않으면 팀에 민폐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티 내지 않고 경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날 영상을 보면 눈이 거의 감겨있다”며 미소지었다.

이민우는 올해 한화의 핵심 계투 요원이다. 불펜에선 주현상 다음으로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한화엔 이민우, 주현상을 제외하곤 확실한 승리조 투수가 없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크다.

그는 “팀이 상승세로 올라왔는데, 제가 빠지면 다시 구멍이 생긴다”며 “팀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려면 제가 나가서 잘 던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이민우는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다. 그는“올 시즌 전에 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찾아 뵈었는데 저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그땐 정말 슬펐다”며 “경기가 끝나고 엄마와 통화를 했다. ‘할머니가 좋은 기운을 주신 것 같고, 할머니도 좋아하셨을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2015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IA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민우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22년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이민우는 25일 SSG전에도 8회말 구원 등판해 1이닝을 실점 없이 던졌고, 팀의 4-2 승리에 기여했다. 그는 최근 자신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진 것을 느낀다.

이민우는 “작년까지만 해도 제가 불펜에서 나오면 팬분들이 환호를 안 해주셨다”며 “올해는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며 방끗 웃었다.

26일 SSG전을 앞두고 또 한 번 선택권이 주어졌다. 전날 멀티 이닝을 던진 주현상에겐 일단 휴식이 주어졌다. 2경기 연속 던진 이민우도 컨디션에 따라 휴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민우는 필요한 상황에 등판하겠다는 의지를 코치에게 전달했다.

“저까지 빠지면 필승조가 다 빠지게 된다. 컨디션도 괜찮고, 내일(월요일) 쉬니까 불펜에서 대기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는 팀을 우선한 선택을 했다. 이민우는 그런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