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친구들 말에 따르면, 학교 다녔을 때 제일 무서운 선생님은 바로 독일어 선생님이다. 별명은 보통 ‘게슈타포’(비밀국가경찰).
독일도 똑같다. 독일에서도 제일 어렵고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 수업의 선생님이 제일 무서운 선생님이 된다. 내 경우는 수학이었다. 수학 선생님 역시 나를 안 좋아해서 진짜 하루하루가 고문이었다. 선생님이 학생을 싫어 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독일에서 성적을 산출할 때 여러 요인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2개월마다 치르는 시험 성적, 구두의 성적과 발표 성적이다. 구두의 성적은 선생님의 입장에서 만든 성적이라서 학생이 열심히 수업에 참석해야 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기 답변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에 따라서 점수가 나온다. 독일에서는 성적이 낮으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도 없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할까 봐 많은 학생이 무서워한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많이 놀랐다. 독일에서 성적은 1-6까지(1이 최고 점수) 나온다. 미국에서 잠깐 고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100점을 만점으로 하는 제도는 벌써 알고 있었지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밖에 없다는 사실이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질문 방식을 아예 이해 못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와서 고등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태권도장에 다니면서 중·고등학생인 동생들이 많이 생겼다. 이 동생들 덕분에 한국교육제도에 관심이 생겼고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많이 알아봤다. 내가 알아온 제도와 많이 달라서 혼동될 때가 많았다. 독일은 초·고등학교밖에 없어서 어느 학교인지보다는 그냥 학년만 말한다. 예를 들면 나는 10학년, 13학년 이런 식이다. 독일에서 최고 13학년까지 학교를 다닌다. 초등학교 졸업반이 되면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이 함께 모여 학생의 진로를 상의한다. 6학년을 마치고 9학년에 졸업할 수 있는 학교도 있고 10학년이나 13학년까지 있는 학교도 있다. 9학년을 마친 학생들은 보통 기술자가 되고, 10학년을 졸업하면 사무원이 된다. 13학년까지 마쳐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많이 놀랐던 게 낮에 길에서 학생들을 거의 못 봤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오후 1시쯤 학교 수업이 끝나는데 숙제도 많지 않다. 보통 학생들은 집에 돌아가 점심을 먹고 밖에 나가 친구들이랑 놀거나 아르바이트를 한다. 학원이나 과외 같은 것은 독일에 많지 않다. 만약에 어려운 수업이 있으면 부모님이 1주일에 한번 정도 과외 선생님 찾는데 그럴 경우는 적다.
이 이야기를 한국친구들한테 하면 부럽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한국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느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비교하면 독일의 학교제도가 좋은 것 같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독일 교육제도에도 장단점이 있다.
독일에서도 맞벌이 부부가 많아 점심 때 아이들을 돌봐줄 수 없다. 그래서 하루종일 다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제를 놓고 정치가들이 뜨거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또 학업 성취도에서도 취약하다. PISA(국제학업성취도)에서 2등한 한국과 20등 안에 못 들어간 독일을 비교하면 독일 교육 제도의 단점이 드러난다.
〈번역가·KBS ‘미녀들의 수다’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