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발이 단풍나무’에 이병훈표 사극 비밀있었네

입력 : 2007.11.16 21:52
MBC 드라마 ‘이산’ 촬영이 한창인 의 경기도 용인 MBC문화동산 내 오픈세트장.

MBC 드라마 ‘이산’ 촬영이 한창인 의 경기도 용인 MBC문화동산 내 오픈세트장.

MBC ‘이산’이 치밀한 스토리와 긴박감 넘치는 전개, 도화서라는 신선한 소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라섰다. 가을이 농익은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 MBC 문화동산 내 ‘이산’ 오픈세트 현장을 방문했다.

#1. 삼발이 단풍나무

산중턱에 지어진 세트장에 올라서면 왼편으로는 도성 입구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저잣거리가 펼쳐진다. 갖가지 약초가 진열된 한약방, 그 뒤쪽 볕이 잘 드는 곳에는 내시 복장을 한 보조출연자가 졸고 있다.

그 옆에는 단풍나무 가지가 꽂힌 조명받침대가 서 있다. 이 ‘삼발이 단풍나무’는 이곳이 이병훈 PD의 ‘이산’ 촬영장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나 다름없다. 조명 지지대에 단풍나무 가지를 꽂은 것이라 상반신은 나무이되 하반신은 삼발이(트라이포트)다. 이런 것이 촬영장 곳곳에 수십개가 있다.

‘삼발이 단풍나무’는 연출자 이병훈이 ‘환상의 짝꿍’인 김영철, 송인혁 촬영감독과 ‘대장금’ 이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것처럼 늘 카메라 옆을 지켜왔다. 나뭇가지는 카메라 옆에 살짝 드리워져 실제 화면에도 등장한다. 감각적인 앵글을 자랑하는 이병훈 PD의 풀샷 화면들을 살펴보면 풀숲이나 나무 뒤에 숨어서 찍은 듯한 묘한 원근감이 드러난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관찰자적 시점을 부여해 흡인력을 높이는 동시에 휑할 수 있는 화면에 쫀쫀한 맛을 더한다. 한 제작 관계자는 “이병훈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라 ‘이산’ 말고도 ‘대장금’ ‘서동요’ 세트장에는 늘 따라다녔다”면서 “계절에 따라 나무의 종류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지금은 단풍나무가 제철”이라고 귀띔했다.

주인공 이서진과 한지민은 빠듯한 촬영 일정 중에도 웃음과 열정을 잃지 않고 있다.

주인공 이서진과 한지민은 빠듯한 촬영 일정 중에도 웃음과 열정을 잃지 않고 있다.

#2. 저잣거리

‘이산’은 이병훈 PD와 김근홍 PD가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촬영하고 있다. 저잣거리에서는 김근홍 PD가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박달호(이희도)가 종이와 붓을 파는 가게를 열었는데 시전상인들이 행패를 부리며 물건을 빼앗아가는 장면이다. 조선 후기에는 공식 지정 독과점업자인 시전상인이 난전상인들을 불법장사치로 몰아 탄압했었다.

“물건을 빼앗아 수레를 끌고 오른쪽으로 빠져나오세요. 아, 말씀 좀 들으세요!”

김PD의 목청이 점점 커진다. 주요 출연진은 이희도 한 명인데 주변 상인 역은 모두가 보조 출연자들이다. 평소에는 열심이신 분들이 오늘 따라 이상하게도 귀를 안 기울이고 감독의 속을 태운다.

#3. 웅성웅성 대신들

“웅성웅성 큐!”

이병훈 PD의 외침에 열대여섯 명 대신들이 “대리 청정이 어쩌고저쩌고”라고 웅성거리며 편전으로 향한다.

“컷! 좀더 흥분해서 더 떠들어 주세요. 자 웅성웅성 다시 큐!”

대신들의 손짓과 움직임이 과장되게 커져서 마치 춤사위를 보는 듯하지만 카메라에 담긴 모습은 ‘세손의 대리 청정’을 마주한 흥분 상태를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아주 좋아요, 이제 밥신.”

밥먹는 촬영이라는 뜻이 아니라 진짜 식사시간이라는 의미다.

[큐! 액션 현장을 가다]‘삼발이 단풍나무’에 이병훈표 사극 비밀있었네

#4. ‘왕의 포스’ 이산

주인공 이서진은 이날 할아버지 영조(이순재)를 대신해 대리 청정을 맡은 뒤 처음으로 대신들을 만나는 ‘차대’ 장면을 촬영했다. 세손으로 영조의 ‘왕자 테스트’를 수행하러 바쁘던 그가 대신들 앞에 앉자 왕의 위엄이 뿜어나온다. 이산(이서진)은 정치와 경제에 대한 개혁적인 성향을 드러내 불만이 가득한 대신들을 제압한다.

‘이산’은 20회 이후 세손이 자유 경제 원리를 강조해 ‘금난전권’ 폐지를 주장하면서 긴장감과 재미가 더 커진다. 하지만 어려운 역사 용어들이 자주 등장해 시청자들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도 제기되는 중. 이병훈 PD와 이서진은 이 때문에 촬영 쉬는 시간 틈틈이 역사수업을 방불케 하는 회의와 토론의 장을 열기도 했다.

〈용인=조상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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