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박기원 감독 “아들 19명과 ‘名家’ 이룩할 것”

입력 : 2007.12.19 22:29
  • 글자크기 설정
LIG손보 박기원 감독 “아들 19명과 ‘名家’ 이룩할 것”

LIG손해보험 박기원 감독(56)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은 무엇일까. 아마 ‘배생배사(排生排死)’일 것이다.

지금까지 박감독은 ‘배구(排球)에 살고 배구에 죽는’ 인생을 살았다.

18일 수원에 있는 LIG손해보험 인재니움 실내체육관. 아직도 다친 발목 때문에 보조기를 차고 코트에 나선 박감독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서브가 그게 뭐니. 그냥 조지란 말이야. 사내 대장부들이 그게 뭐냐. 아웃되면 내가 책임을 진다니까.”

박감독의 호통소리를 들은 선수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서브 훈련에 땀을 쏟았다. 오후 5시에 시작된 훈련은 7시40분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숙소에 있으면 늦게까지 잘 수가 있잖아요”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활약한 뒤 28년 만에 돌아온 박감독은 경기 분당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박감독은 집이 아닌 수원 선수단 숙소에서 생활한다. 선수들에게 반가울 리 없을 터. 오죽하면 주장 이동엽은 “감독님이 집에 자주 들어가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할까.

박감독은 집에 가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배구에 대한 열정으로 뭉쳐 있다.

“바빠서 집에 자주 못 갑니다. 발을 다친 뒤는 옷을 갈아입기도 불편하고요. 집에서 자면 일찍 나와야 하지만 선수단 숙소에서 자면 늦게까지 잘 수 있잖아요.”

박감독이 선수단 숙소를 택한 이유는 하나다. 배구팀은 감독의 손때가 묻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과 땀을 흘리면서 호흡해야 탄탄한 팀이 될 수 있다는 게 박감독의 배구에 대한 지론이다.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더라고요”

박감독의 승부욕은 대단하다. 지난 16일 박감독은 대전에서 삼성화재와 ‘보험업계 라이벌전’을 벌였다.

결과는 0-3 완패. 승부에 진 것도 분한데 경기 내용도 형편없어서 박감독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수원 숙소로 돌아온 뒤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저녁밥도 먹지 않았다.

“선수들이 너무 긴장했는지 삼성화재전 서브 리시브율이 고작 47%였다. 우리가 훈련한 것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화가 나서 밥도 굶었어요. 나는 경기에 지면 밥이 안 넘어가는 스타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팀을 맡아 1라운드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박감독은 앞으로는 더 독해지기로 했다.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실전에서 제 기량을 보여주질 못해요. 그래서 연습 때부터 스트레스를 줄 생각입니다. 실전경기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심한 압박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선수들이 모두 내 아들들이죠”

박감독의 가족은 아내 이명화씨(55)뿐이다. 박감독은 “결혼할 때부터 자녀는 갖지 않기로 했다”며 “자녀 욕심보다는 부부가 재미있게 사는 것도 좋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박감독은 자녀가 없기 때문에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마치 자식처럼 생각하고 있다.

“내 새끼가 19명이나 있잖아요. 다른 감독보다 선수들한테 정을 많이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른 시간에 선수들과 친해질 수 있던 것도 자식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박감독의 이번 시즌 목표는 19명의 아들과 함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

내심 큰 꿈을 갖고 있지만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 부임 첫해 ‘소박한 목표’를 내걸었다.

“올해 우승 후보로 평가받으니까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하지만 배구라는 게 단기간에 완성되질 않죠. 내 배구 색깔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1차 목표를 플레이오프로 잡았어요.”

박감독은 1라운드에서 17연패했던 현대캐피탈에 화끈한 복수전을 펼치면서 3승2패로 삼성화재·대한항공에 이어 3위를 달렸다.

“4라운드가 되면 팀이 정상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믿는다”는 박감독은 “팬에게 화끈한 공격배구의 진수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수원|노우래기자 sporter@kyunghyang.com〉

◇박기원 감독 프로필

▲생년월일=1951년 8월25일 ▲신장·체중=196cm·99kg ▲출생지=부산 ▲선수 경력=부산 성지공고·보안사·충북시멘트·종합화학(충주비료) ▲가족관계=부인 이명화씨(55) ▲국가대표 주요 성적=72년 뮌헨올림픽 7위, 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 2위, 76년 몬트리올올림픽 6위, 78년 방콕아시안게임 우승 ▲79년 이탈리아 진출, 82~2003년 이탈리아 12개 프로팀에서 감독 역임 ▲2002~2006 이란 국가대표 감독(부산아시안게임 은메달) ▲2007년 4월 LIG손해보험 감독 계약(3년)

박수, 공유 영역

스포츠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