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편의장치에 깜짝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마니아를 자처하는 운전자 중 기아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모하비’에 관심을 두지 않은 운전자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모하비는 과연 SUV 마니아들의 기대를 충족시켰을까? ‘스포츠칸 깐깐리뷰’가 SUV를 즐겨타는 남녀 운전자 4명을 평가원으로 삼아 모하비의 경쟁력에 대해 평가했다.
시승차는 4400만원짜리 7인승 4WD ‘KV300 최고급형’이다. 여기에 530만원 상당의 DVD 내비게이션과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옵션으로 추가하면 찻값은 5000만원에 육박한다. 서민에게는 어마어만한 찻값이나 평가단의 시승 후 소감은 “돈 있으면 사고 싶다”로 모아졌다.
차를 평가하는 가장 주된 요인인 성능에 대해서는 평가원 전원이 만점에 가까운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모하비는 시속 100㎞에 이르는 동안 변속충격이 거의 없었으며 엔진회전수도 가속페달을 어지간히 밟지 않고서는 높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전후 속도로 정속주행하면 rpm은 2000을 넘기지 않았으며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급가속을 하면 무리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하게 차체가 움직인다. “이 차가 정말 디젤차량이었나”라는 의구심을 품을 정도로 순발력이 좋았고 엔진소음도 적었다. 이 차의 최고 속도를 가늠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지는 않았지만 도로여건만 되면 시속 180~190㎞까지는 쉽게 도달할 것 같았다. 적어도 주행성능에 대해서는 아무도 불평을 달지 않을 것이란 게 평가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디자인(외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기아자동차는 모하비의 디자인 품질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최초로 디자인 전문가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부문 부사장은 ‘직선의 단순화’를 모토로 모하비의 디자인 과정에 개입했으며 그 결과 모하비는 직선미가 느껴지는 차체로 완성됐다.
이에 대해 남성 평가원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힘이 느껴진다” “단순하지만 세련미가 물씬 풍긴다”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반면 여성 평가원들은 “밋밋하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금방 싫증나지 않을 듯한 세련미가 엿보인다” 등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특히 뒷모습에 대해 불만을 내놨는데 강건하고 웅장한 느낌의 앞부분에 비해 뭔가 단조롭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성능과 함께 인테리어와 편의장치에 대해서도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국산 차종 중 최초로 룸밀러 왼쪽 부분에 장치한 후방감시화면은 후진과 후진주차 편의성을 높인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센터페시아에 후방감시화면이 장착된 차는 후진 시 양쪽 사이드미러와 룸미러, 후방감시화면 등으로 시선이 4분돼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모하비는 룸미러와 후방감시화면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후진주차를 힘겨워하는 여성운전자들로부터도 호평을 들었다.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독일 아우디 출신인 때문인지 클러스터의 각종 계기판 조명등이 붉은 톤인데 최근 녹색 톤 패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시트 열선 온도조절 기능에 대해서는 불만의 소리가 이어졌다. 모하비의 찻값에 못 미치는 수입차도 ‘저·중·고’ 3단계 온도조절이 가능한데 최고 5000만원에 이르는 모하비가 단순히 H(하이)와 L(로) 2단계로 구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일부 수입차에만 적용됐던 버튼형 시동장치도 눈길을 모았는데 처음엔 어색했지만 사용할수록 “편리하다”란 탄성을 자아냈으며 폭스바겐 투아렉 등에서 볼 수 있던 가변형 서스펜션(도로 상태에 따라 서스펜션의 높이가 달라지는 장치)도 차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 평가원 100자 평가
문재식(48·경영 컨설턴트)=굳이 수입 SUV 차량에 눈길을 줄 이유가 없다. 남성미와 함께 운전자를 배려한 자상함이 한꺼번에 느껴진다. 운전할수록 재미가 느껴진다.
김경희(46·여·헤드헌터)=시간이 지날수록 큰 차체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민첩하고 빠른 움직임이 마음에 든다. 붉은색 계통의 계기판 조명은 부담스럽다. 후방감시화면을 룸미러에 장착한 것은 정말 마음에 든다.
탁재경(38·회사원)=빨리 돈벌어 차를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러나 샐러리맨에게 5000만원이란 돈은 너무 부담스럽다.
박은미(36·여·식당업)=평소 SUV를 즐겨 타면서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았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SUV도 이렇게 편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