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NH농협 2007~2008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3일 인천 도원체육관.
경기 시작 1시간 전 붉은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LIG손해보험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타냈다.
잔류가 확실한 용병 팔라스카와 김요한·이경수·방신봉 등 선수단 전체가 경기장을 찾았다. 뒤이어 박기원 LIG 감독도 보였다.
LIG는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런데 왜 감독을 포함한 전 선수가 플레이오프 경기가 벌어진 도원체육관에 나왔을까. 박감독은 “선수들에게 플레이오프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고 짧게 말했다.
한마디였지만 여기에는 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
시즌 개막전 ‘거포’ 김요한을 보강한 LIG는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세터진의 부진과 팔라스카의 올림픽 예선 차출, 이경수의 부상 등이 겹치며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전쟁에서 밀렸다.
이에 박감독은 6라운드부터 아예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레프트 김요한을 라이트로 시험했고 그동안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코트가 아닌 관중석 한쪽에 모여 앉은 LIG 선수들의 손에는 펜과 수첩이 있었다. 그들은 진지하게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를 지켜보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계속 적었다. 코트에 뛰고 있는 두 팀 선수들을 연구·분석하는 모습이었다.
LIG의 다음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