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청소년기 과잉 영양 유방암 발생률 높여

입력 : 2008.04.06 20:00 수정 : 2008.04.06 20:07

1980년대 암 역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였던 가설은 ‘성인 시절에 섭취한 고지방식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을 크게 증대시킨다’는 것으로, 실제로 이 가설은 대단한 붐을 타고 일반에게까지 널리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 가설이 만약 사실이라면 개개인의 식생활습관을 변화시키도록 교육하고 유도함으로써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대단히 고무적이면서도 희망적인 근거이었음 또한 사실이었다.

국가간 유방암 발생률의 차이나 이민 집단 연구의 결과, 그리고 지방 섭취량이 높은 지역에서 유방암의 발생 또한 높다는 상황적 증거가 지방식으로 대변되는 식이요인에 관한 가설을 만들도록 하였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이 가설에 근거해 식이요인과 유방암의 관련성을 증명해 내기 위한 연구에 더욱 많은 연구비를 투자해 왔으며, 이외에도 살충제와 같은 독성 화학물질, 경구피임약, 음주, 그리고 전자기장과 같은 위험요인에의 폭로와 유방암 발생위험과의 관련성에 대하여도 역학적 연구를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식이요인이 유방암의 원인임을 밝히려고 추구하였던 하버드 대학의 윌렛 박사는 1987년에 발표한 그의 논문에서 ‘모든 유방암 환자들이 고지방식과는 무관하다고 단언하며, 이에 대한 결정적 근거도 가지고 있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결국 1980년대에 마치 성경처럼 여겨지던 ‘유방암의 원인=고지방식’이란 말은 그 위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직접적인 증거가 전 세계적으로 마련되지는 못했지만 현재 유방암 학자들은 ‘성인 집단에서의 고지방식은 유방암 발생과 무관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특히 사춘기 시절의 과잉영양은 이들 소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유방암의 위험을 증대시킬 것’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즉, 여성이 생식연령에 도달하기 이전 단계에서는 식이요인, 그중에서도 특히 고지방식이 초경을 이른 나이에 경험하도록 하게 하며, 반면에 고지방식에 의한 비만은 여성의 폐경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유방암의 위험은 증대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가설이 역학적으로 증명된다면 고지방식과 비만으로 이어지는 유방암 위험 증대현상도 이 가설로 설명될 수 있게 된다. 이미 성인이 다 되어 버린 단계에서의 식이습관보다 한창 성장 발육이 왕성한 어릴 때 갖는 식습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 유근영 국립암센터 원장 www.ncc.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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