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건강과신 으뜸 요인
일본 아사히 신문에 한국의 암 관리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한국의 암관리, 특히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이 일본을 앞서고 있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었다. 우리나라보다 국가암관리사업을 30년이나 먼저 시작한 일본이지만 일본인이 암 조기검진에 응하는 참여율이 현재 20% 내외에 불과한 데 반해, 한국은 늦게 시작하였지만 암 조기검진 전체 참여율이 50% 정도나 돼 한국의 암 관리가 훨씬 조직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일본은 한국에 많이 뒤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재임중에 암의 정복을 위해서는 암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국가암관리사업을 확대하는 데 힘써왔다. 조기 발견의 덕인지 우리나라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조기검진 사업이란 저소득층 국민에게 정부가 무료로 암을 조기검진해 주는 사업이다. 2009년에는 800만명이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왜 참여율이 50%밖에 되지 않을까?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암 조기검진을 안받는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은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바빠서’ ‘무료이기 때문에 못 믿어서’ 등이 있지만 ‘암이 두려워서’라는 이유도 꽤 많다.
‘만약 내가 암에 걸려 있다고 선고를 받으면 어떻게 하나….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내 가족과 내 직장을 누가 돌보나’ 하는 걱정이 앞서 조기검진에 응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국립암센터의 통계에 의하면 지금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수명인 75세 내지 82세까지 사는 동안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는 3명 중 1명, 여자는 4명 중 1명이다. 앞으로 더 오래 살게 된다면, 만약 100세까지 살게 된다면 이 확률은 더 높아지게 된다. 누구나 한번은 암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암을 피하지 말아야 하는 첫번째 이유이다.
이제는 우리의 의료 수준이 세계적 수준까지 향상되어 암 환자의 반은 모두 완치를 시킨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갑상선 암이나 유방암, 자궁경부암과 같은 병은 5년 생존율이 80% 정도나 된다.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위암은 조기에 발견만 하면 95% 이상 확실히 완치가 된다. 암의 조기검진을 피하지 말아야 하는 두번째 이유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도 그렇고 지면을 통해 국민에게 말할 때마다 필자는 똑같은 말을 한다. “나는 암에 아직 걸리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조기검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교수 / 전 국립암센터 원장 http://blog.naver.com/bkky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