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에게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칼을 갖다 대기도 한다. 하지만 외모 중에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바로 ‘키’이다. 키 작은 남자로 살다 보니 키에 대한 콤플렉스와 에피소드도 참 많다.
주변에서 늘 듣는 말이 있다. ‘남들 클 때 뭐했냐?’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은 부글부글 끓어 오르지만 그래 봐야 나만 손해인 것을 잘 안다. ‘먹을 것을 남들이 뺏어 먹어서 그렇다’고 농담으로 받아 넘기곤 하지만 얼마나 상처를 받는지 안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우리나라는 유독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데 한 어린이가 키가 커 보이는 신발을 사달라고 엄마를 조르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키 작은 어린이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키 콤플렉스는 사춘기의 청소년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지 않나 생각된다.
여자가 남자를 소개받을 때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키가 몇이냐’이다. 남자의 성격이나 됨됨이는 둘째치고 일단 키가 커야 관심을 받는다. 한창 소개팅하던 시절, 키가 워낙 작아 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어떡하면 조금이라도 커 보일까’였다.
키높이 신발이라는 것이 키는 조금 커 보이게 할 수 있지만 불편한 점이 아주 많다. 우선 무겁다. 지면과 밀착 면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에 늘 불안정하다. 가장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을 때는 바로 신발을 벗어야 할 때이다. 키높이 신발임이 발각(?)되지 않기 위해 멀찌감치 벗어 놓는다든가 들통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슬그머니 뒤꿈치를 들고 어깨를 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나이가 조금씩 들다보니 예전보다 콤플렉스가 많이 사라졌지만 더욱 신경이 쓰이는 일도 생겼다. 바로 자녀들의 키 걱정이다. 키 작은 남자로서 콤플렉스를 갖고 살아 온 자신을 생각하면 애들만큼은 이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소망이 있다. 자녀들 키 문제는 늘 우리 부부에게는 가장 중요한 논의 대상 중 하나이다.
키가 큰다는 음식, 보약, 운동, 생활패턴까지 애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 어떤 결과가 올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렇게 자녀들의 키에 대해 갈망을 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키 콤플렉스를 키우는 데 일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키 때문에 심적 고통을 받으며 오랜 세월 살아 온 날을 되돌아 보니 우리 애들만큼은 제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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