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같은 ‘줌마렐라 스토리’ 드라마여, 좀더 리얼해져라!

입력 : 2009.07.15 20:38

남편의 불륜으로 비탄에 빠진 아줌마 앞에 연하의 꽃미남이 나타난다. 카바레에서 만난 제비도, 겉만 멀쩡한 백수도 아니다. 누구라도 탐낼 만한 외모와 깔끔한 매너까지…. 연하남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남편에게 버림받은 아줌마를 감동시킨다.

이는 소위 주부시청자들을 대상으로한 요즘 드라마의 ‘스토리 정석’이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변형인 ‘줌마렐라 스토리’랄까. 좀체로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시청률을 의식한 드라마들마다 이같은 판타지를 기획상품처럼 내세운다.

SBS 일일극 ‘두 아내’는 영희(김지영)와 지호(강지섭)의 러브라인이 중심축을 이룬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영희는 가진 것이 없는 보험 외판원이다. 게다가 아들까지 딸려 있다. 그에게 회사의 상사이자 연하남인 지호가 수호신으로 나선다. 지호는 해외 유학파이자 유복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따스한 성품까지 가졌다. 영희를 향한 측은지심이 결국 사랑으로 발전한다.

MBC 일일극 ‘밥줘’에서도 영란(하희라)의 상대역으로 연하남 준희(조연우)를 투입하여 시청률 잡기에 나섰다. 사진작가인 준희는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는 영란을 카메라에 담다가 관심이 시작된다.

이 공식은 SBS 주말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설란(유호정)은 아들을 키우면서 홀로 살아간다. 연하의 재력가이자 싱글남인 태우(김지완)는 열렬한 구애끝에 설란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한다.

이들 드라마에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여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불륜의 피해자인 여성이 등장한다. 또 그녀들을 사랑하는 남자들은 한결같이 재력과 능력을 갖춘 연하남이다. 우연치고는 너무 얄궂다.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의 최진실과 정준호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딸을 키우는 아줌마와 그를 사랑하게 되는 톱스타의 관계였다. MBC ‘내조의 여왕’ 역시 김남주를 향해 두 살 연하의 이혼남이자 대기업 사장인 윤상현이 조건없는 사랑을 보내면서 주부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두 편 모두 아줌마 드라마 공식에 충실하여 성공한 드라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이땅의 아줌마들은 남편의 불륜을 알면서도 아이들 때문에 끙끙 앓아가면서 살아가고, 설령 이혼을 감행한다 해도 하루하루 생활해 가기가 만만치 않다. 냉혹한 생활 앞에서 드라마 속의 로맨스는 언감생심이다. 또 드라마처럼 돈 많고 잘생기고 지적인 연하남들이 구애하는 일도 없다.

그런데도 드라마들이 천연덕스럽게 판타지를 제조해 내는건 오로지 시청률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에서 판타지적인 요소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땅의 돌싱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시청률이나 올리겠다는 드라마 기획자들의 얄팍한 상술에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드라마들이여, 좀더 리얼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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