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가이드⑥ ‘신성일 회고전‘](https://images.khan.co.kr/article/2009/08/15/20090815.02500199360153.01M.jpg)
한국 배우 가운데 가장 많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 가장 많이 주연을 맡은 배우, 가장 많은 여배우를 상대한 배우. 주인공은 ‘한국영화 최초의 무비스타’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로 손꼽히는 신성일이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송낙원 프로그래머(건국대 교수)에 따르면 신성일의 출연작은 총 536편이다. 이 가운데 506편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호흡을 맞춘 여배우는 104명이다. 전성기였던 1960~70년대 한국영화는 신성일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구분될 정도였다. 그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 대단했다.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는 ‘신성일 회고전’이 열린다. 감독 위주 회고전을 갖는 여느 영화제와 달리 시네아스트의 영역을 확장, 배우 회고전을 여는 것이다. 자신만의 이미지와 연기 스타일을 구축, 시네아스트가 된 배우의 업적에 존경을 표하고 그의 작품을 되새기기 위함이다.
그 첫 시도로 마련되는 신성일 회고전에서는 그의 전성기 영화 중 엄선한 10편을 상영한다. <맨발의 청춘> <떠날 때는 말없이> <초우> <안개> <장군의 수염> <별들의 고향> <태양 닮은 소녀> <겨울여자> <레테의 연가> 등이다. 왕년의 ‘꽃미남’ ‘완소남’이었던 신성일의 매력은 물론 앞 세대 로맨스영화의 세계, 로맨스영화의 계보 등을 엿볼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영화데이타베이스(KMDB) 등에 나와 있는 각 작품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맨발의 청춘>(위) <떠날 때는 말없이>의 신성일ㆍ엄앵란. 20대의 풋풋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맨발의 청춘>과 <떠날 때는 말없이>는 김기덕 감독의 1964년도 작품이다. 두 작품은 모두 가난한 청년과 부잣집 딸을 주인공으로 이들의 사랑과 삶을 그렸다. <떠날 때는 말없이>는 김 감독이 <맨발의 청춘> 성공 후 다시 신성일·엄앵란을 기용해 만들었다. <맨발의 청춘>은 두 남녀가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동반자살하는 과정을, <떠날 때는 말없이>는 두 사람이 결합한 이후에 겪는 일에 초점을 맞춘 점이 다르다. 신성일·엄앵란은 <맨발의 청춘>에서 이예춘·윤일봉 등과, <떠날 때는 말없이>에서는 김승호·황정순 등과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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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청춘>은 정창화 감독의 1966년도 작품이다. 음악감상실, 열광적으로 춤추는 젊은이들, 권투경기장 등 1960년대 청년문화의 현장을 엿볼 수 있다. 신성일은 캬바레 등에서 일하는 청년 역을 맡았다. 1960년대 청춘영화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양아치같은 건들거림, 권태스런 나른함, 퇴폐적이고 불량스런 분위기를 트레이드마크처럼 갖고 있었다. 그런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강한 욕망에 비해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너무 유약하고 순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 역시 야비함과 비열함, 순진함과 나약함 사이 어딘가에 있는 신성일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신성일은 문희·문정숙·허장강 등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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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는 정진우 감독의 1967년도 작품이다. <맨발의 청춘>과 함께 1960년대 청춘영화를 대표한다. 신성일은 신분 상승을 꿈꾸는 자동차 정비공으로 출연, 문희·전계현·트위스트 김 등과 열연을 펼쳤다. 문희는 이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남정임·윤정희와 함께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영화 성공과 더불어 주제가 ‘초우’도 빅히트, 패티 김 역시 스타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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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김수용 감독의 1967년도 작품이다. 한국문학사에서 ‘감수성의 혁명’으로 평가받은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원작이다. 한국 모더니즘 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유럽 모더니즘 영화의 어법을 한국적으로 실험하는데 성공한 작품으로 특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근대화 과정에 남성 주체가 야기한 피로와 정신적 분열을 반영했다. 신성일은 제약회사 딸인 과부와 결혼한 뒤 상무 자리에 오른 남자로 출연했다. 윤정희·김정철·이낙훈·주증녀 등이 함께 했다.

<장군의 수염>의 신성일ㆍ윤정희.
<장군의 수염>도 한국 모더니즘 영화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1968년도 작품이다. 미스테리 구성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라는 관념적인 주제를 다뤘다. 사건을 중심으로 한 단선적인 이야기 전개에서 벗어나 주인공의 죽음을 먼저 제시하고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그 원인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내러티브를 구조화하고 있다. 당대 필명을 날리던 문학평론가 이어령이 최초로 쓴 소설을 김승옥이 각색했고, 이성구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 중반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호피와 차돌바위>를 연출한 신동헌의 작품이다. 신성일은 ‘장군의 수염’이란 소설을 쓴, 의문사한 사진기자 역을 맡았다. 신성일 외 윤정희·김승호·김성옥·곽규석 등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별들의 고향>(위) <태양 닮은 소녀>.
<별들의 고향>과 <태양 닮은 소녀>는 1974년도 작품이다. <별들의 고향>은 이장호 감독, <태양 닮은 소녀>는 이만희 감독이 연출했다.
<별들의 고향>은 최인호의 인기소설을 영상화했다. ‘경아’라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동시대 청년문화의 감수성과 호스티스 영화의 절묘한 결합을 낳은 당대 최고의 흥행작(서울 개봉관 46만4308명)이다. 신성일은 알콜중독 등에 빠진 화가로 출연, 안인숙·윤일봉·하용수 등과 호흡을 맞췄다.
<태양 닮은 소녀>는 ‘이만희식 청춘영화’다. 1974년도 작품으로 프리즈 프레임, 익스트림 롱 쇼트, 클로즈 쇼트 등 이만희 감독의 영화적 실험이 돋보인다. 록의 대부 신중현이 20년 만에 음악을 담당했다. 감각적 영상과 함께 ‘미인’ 등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신성일은 살임혐의를 받는 청년으로 출연, 재수생 역을 맡은 문숙을 비롯해 문오장·고영수 등과 함께 했다.

<겨울여자>(위) <레테의 연가>.
<겨울여자>는 김호선 감독의 1977년도 작품이다. 조해일의 신문 연재소설을 영상화했다. 현대 여성의 파격적인 성모럴 묘사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58만5775명(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 기록은 1990년 <장군의 아들>(67만8946명)에 가서야 깨졌다. 1976년 <성춘향>으로 데뷔한 장미희가 여주인공 ‘이화’로 열연을 펼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신성일은 이화의 고교 은사 허민 역을 맡았다. 이들 외에 김추련·송재호·박원숙·선우용 등이 출연했다.
<레테의 연가>는 1987년도 작품이다. 이문열의 동명 소설을 장선우 감독이 각색했고, 장길수 감독이 연출했다. 미혼 여성과 중년의 기혼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랑에 관한 인간 본연의 심리와 사회규범의 문제를 조명했다. 신성일·윤석화·박영규·김애경 등이 호흡을 맞췄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특별 기획행사로 ‘배우 신성일의 영향과 스타일’에 대한 포럼도 열린다. 오는 30일 충무아트홀 컨벤션홀에서 한국영상자료원·한국영화평론가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다. 영화평론가 유지나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신강호 영평 회장(대진대 교수)과 회원 김종원·김두호·조관희·곽영진, 충무로영화제 프로그래머 송낙원 등이 관객들과 함께 신성일의 영화세계에 대해 살펴본다. 이와 함께 신성일에 대한 다양한 비평과 에세이들을 모아 연구서를 출판하고, 기념서적을 헌정하는 행사 또한 마련할 계획이다.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오는 24일부터 9월 1일까지 대한극장·CGV 명동·메가박스 동대문·명보아트홀 등 충무로와 명동 일대의 주요 극장에서 40개국 214편을 상영한다. <신성일 회고전>에 대한 자세한 상영 일정은 영화제 홈페이지(www.chiffs.kr)에 나와 있다. 모든 상영작은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스포츠칸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