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리도 꽤 잘해 믿어줘. 숙취에 좋은 것도 다 해줄게. 넌 어떨 것 같아? 나와 늙는 것."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가장 가까이에 있고,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때론 느껴지지 않는다. 동서고금의 많은 뮤지컬이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언제나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뮤지컬 '웨딩싱어'는 기획단계부터 배우 황정민이 무대에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로 화제가 됐다. 거기에 '삼총사' 등의 작품에서 카리스마를 선보인 박건형이 주인공 로비 하트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그리고 여주인공 줄리아 역의 방진의와 이제 뮤지컬계의 실력파로 올라선 윤공주와 김소향도 작품을 위해 기꺼이 온 몸을 던지는 열연을 한다. 작품은 1998년 아담 샌들러,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영화로 이미 많은 팬을 확보했다.
작품은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부르는 축가 전문가수 '웨딩싱어' 로비 하트의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로비 하트는 다가오는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열심히 축가를 쓰지만 여자친구 린다는 그를 매몰차게 버린다. 실의에 빠진 로비 하트를 결혼식장 웨이트리스 줄리아 설리번이 따뜻하게 위로하고 그녀의 친구 홀리(윤공주·김소향)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줄리아는 엄연한 사업가 결혼상대자가 있다.
작품은 일단 화려한 캐스팅과 다양한 무대효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결국 사랑은 서로를 아끼고 챙기는 '소박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린다. 로비 하트는 작품 말미에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래 '당신과 함께 늙고 싶어라'를 부른다. 그 노랫말은 소박하지만 연인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어 많은 여성 팬들의 깊은 공감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초반 결혼식장 장면과 홀리가 연기하는 나이트클럽 장면은 이 작품이 볼거리 역시 놓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홀리 역의 윤공주와 김소향은 1막 마지막에 공중에 있는 장치를 당겨 기꺼이 물을 흠뻑 맞는 이른바 '물 쇼'를 선보이며 뜨거운 박수를 받는다.
황정민 특유의 서민적이며 때론 귀여운 로비 하트와 박건형의 유쾌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이 공존할 작품은 내년 1월3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상연된다. (02)501-7888
<글 하경헌기자·사진 뮤지컬헤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