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각광받는 대중예술 코드는 '공감'이다. '국민영화' '국민드라마'의 허세에 갇히지 않고 성별과 나이 등 적절한 타깃을 정해 차분하게 파고드는 것이 정석이 됐다. 드라마 '추노'는 좀 더 트렌디한 사극에 목이 마른 남성시청자를 미니시리즈에 흡수했고, 영화 '아바타'는 새로운 기법(3D)에 민감한 젊은 층의 욕구를 충족했다.
공연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요즘 관객들은 '내 이야기다'라고 공감할 수 있는 공연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런 탓에 공연들도 좀 더 세분화된 관객분석을 통해 공연을 기획한다. 4월4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메노포즈'는 '제2의 사춘기'라고까지 불리는 갱년기를 거치며 방황하고 있는 중년여성들의 입장에서 시작된다.
뮤지컬에는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항상 바쁜 일상 속에 묻혀 살아가는 전문직 여성(홍지민·최혁주), 부자남편을 두고 있지만 무료한 삶을 살아가는 전업주부(이영자·김숙·구혜령),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연속극 배우(혜은이·이윤표), 근교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웰빙주부(김현진)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백화점 속옷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속옷을 놓고 다투다 친해진다. 하지만 폐경기에 들어선 이들의 마음은 모두 편치 않다. 이들은 불면증, 갑갑증, 다한증 등 폐경기에 올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지만 결국 즐겁게 견디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다.
뮤지컬은 일단 혜은이, 이영자, 홍지민 등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배우들을 출연시켜 눈길을 끌었다. 터줏대감으로 오랫동안 공연했던 이영자의 내공은 여전하고, 처음으로 배우에 도전하는 혜은이는 그야말로 열연을 펼친다. 비음이 여전히 매력적인 그의 열연은 공연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하지만 폐경기에 올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을 보여준다는 의도가 진해 극을 관통하는 줄거리 등의 요소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년여성이 아닌 관객들은 폐경기에 올 수 있는 증상은 금방 이해할 수 있게 되지만 뮤지컬 자체가 가진 극적인 재미에 다가가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매일 박힌 생활로 일관하는 대한민국 중년여성들이 탁 터놓고 놀 곳이 생겼는데. (02)744-4334